[양순진의 시의 정원](46) 겨울 강에서

정호승 시인

2021-02-11     양순진
정호승

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양순진

눈보라에도 비바람에도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건 그만큼 단단한 자아의 성벽을 소유한 자다. 확고한 지성을 품고 사는 사람이며, 샛별처럼 빛나는 지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군가 떠날 때 기꺼이 보내주는 사람, 누군가 정의를 배반할 때 기꺼이 대응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 불의에 합류할 때 기꺼이 설득의 힘을 분출할 수 있는 사람, 황금의 유혹에 기꺼이 눈감을 수 있는 자만이 갈대의 정신을 불밝힐 수 있는 자다.

  '겨울 강'은 누구나 겪게 되는 시련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갈대'는 침묵, 인고의 시간을 의미한다.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운명을 절대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살아가는 자만이 갈대에 비유할 수 있다.

  진정 울고 싶은 날, 갈대처럼 흐느끼면서도 목전의 평야를 꿈꾸는 사람으로 거듭나자. 겨울 강 같은 코로나는 건너오는 봄의 기운으로 물러나고 백신이라는 희망으로 우리의 상처는 아물 테니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말하듯 여기 저기 수선화 피어나고 있다. [글 양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