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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47) 억새바다에 둥둥 뜬 녹산장 중심 산기슭의 녹오롬
[오롬이야기](47) 억새바다에 둥둥 뜬 녹산장 중심 산기슭의 녹오롬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1.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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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큰사스미는 큰사슴鹿이 아니라 산림을 주관하는 녹장麓場의 오롬이다.

남쪽 억새바다에서 본 녹오롬
▲ 남쪽 억새바다에서 본 녹오롬 @뉴스라인제주

큰사스미-족은사스미(대록산-소록산)로 불리는 녹오롬은 제주시>번영로 4거리>우회전하여 비자림로 300여m>좌회전 하거나, 제주> 516도로> 비자림로>우회전하여서 녹산장길(대한항공연습비행장)로 들어서면 된다. 큰녹오롬은 가시리 산68, 족은녹오롬은 가시리 산87-1에 있다.

『탐라고사(耽羅古事)』(1860)에서 녹산장은 대록산大鹿山-소록산小鹿山에서 유래한다고 하였다. 이 지경은 표선면·가시리-남원읍·수망리-의귀리를 연결하는 해발 250m~400m의 용암평원에 위치한다. 녹산장은 동쪽으로 a따라비, 서쪽으로 b대록산-c소록산, 남쪽으로 d물영아리-e마른영아리, 북쪽으로 f붉은오름과 g구두리오름에 이른다. 시기적으로는 1709년 숙종 35년경부터 공마제가 폐지되던 1894년까지 약 200년간 존속하였다.

녹산장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숙종 때까지 제주도에서 운영된 산마장山馬場이다. 또한 제주도민의 유적지며 목축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산마장 내에는 당시 목장경계로 쌓았던 간장間墻, 마수馬數의 건강점검을 위한 원장圓場이 있었다. 이곳은 제주에서 어승마御乘馬로 뽑혀 온 갑질甲質의 우수마優秀馬들을 관리하는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이다.

녹산장은 ➀구경당금(舊耕當禁:어승마 관리위해 금지된 경작지)과 ➁신정허경(新定許耕:허락된 새경작/개간지), ➂하천(河川:말의 음수용), ➃임수(林藪:마을 숲-육지부는 군사적 기능을 부여함), ➄갑마장(甲馬場:어승마를 키우던 곳), ➅간장(間墻:돌담 쌓은 상·중·하 잣성으로 경계구분), ➆원장(圓場)이 있었다. A)긴갑마장길은 a~g까지 7개 오름경계, B)쫄븐갑마장길은 大小녹오롬~따라비 탐방길이다. C)녹오롬중심길은 西:녹오롬-西南:유채꽃프라자-南東:조랑말체험공원-東:따라비-東北:갑마장길일부-녹오롬 길(문희주탐방로)이다.

녹오롬 중턱너머 보이는 오롬군락들
▲ 녹오롬 중턱너머 보이는 오롬군락들 @뉴스라인제주

녹오롬은 ‘큰사스미-작은사스미’, 大鹿山-小鹿山이라하였다. 두 오롬이 ‘사슴을 닮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사슴의 모양은 없을 거야!” 추측하며 사슴모양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일본어로 ‘바보’는 ‘말과 사슴을 구별하지 못 한다’하여 ‘바가야로(ばかやろう, 馬と鹿は区別できない愚か者)라 하는데 녹산장도 어쩌면 일제가 우리에게 바보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예로서 ‘며느리밑씨게’라는 저속한 한국어 이름을 만들어 준 것을 그냥 쓰고 있다. 필자가 이름을 붙인다면 ‘가시메밀’이라고 할 것 같다.

제주에서 동물이름의 오롬 중 그 모양이 맞는 곳은 두 곳 정도다. 표선면 매오롬과 안덕면 바굼지오롬이다. ‘바굼지’는 제주어로 박쥐다. 그런데 이를 바구니로 들은 ‘식자識者’는 한자로 ‘바구니 단簞자’를 써서 단산簞山이라고 표기하는 우를 범하였다. 제주에서 대부분 동물이름으로 지어진 지명들은 12간지에 해당하는 동물들이다.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지초본에 돗오롬은 별방진에서 해시亥時방향, 개오롬은 성읍에서 술시戌時방향, 지미오롬은 성읍에서 자시子時끝방향, 우도는 성읍에서 축시丑時방향, 토끼섬은 제주목에서 묘시卯時방향이다. 그러나 사스미는 ‘탐라지초본’에도 없고 ‘사슴’은 12간지에도 없다. 매오롬이나 바굼지같은 동물모양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슴이’라 했을까?

본래 큰사스미는 대록大鹿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록大麓’의 록은 본래 ‘산기슭 록麓’자였을 것이다. 글자에서 보듯이 ‘사슴록鹿’자 위에 ‘수풀림林’자가 있다. ‘산기슭 록麓’자는 넓은 삼림森林의 의미, 또는 산을 관리-감독하는 ‘산감山監’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증명하는 대록산은 ‘녹산장에서 유래’한다고 하였다.

철쭉꽃 핀 큰녹오롬의 정상
▲ 철쭉꽃 핀 큰녹오롬의 정상 @뉴스라인제주

녹산장은 ➀~➆까지 포한하는데 그 중 ‘임수林藪’는 숲 뿐 아니라 위의 ➀~➆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녹산장은 사슴을 키우는 곳이 아니고 임금에게 진상하는 어승마를 관리 하는 곳이다. 바굼지와 반대의 경우로 ‘식자識者’는 ‘녹산장麓山場’이라고 쓴 것을 한자에 약한 사람들이 수풀림林자를 잊어버려 ‘사슴록鹿’의 ‘녹산장鹿山場’이 돼버린 것이다.

만주에서는 ‘민들레’를 ‘무슨들레’라 한다. ‘민들레’라는 말을 잊어버려 “무슨 들레더라... 무슨 들레더라...”하다가 ‘무슨들레’가 돼버린 것이다. 『탐라고사(耽羅古事)』(1860)에 ᄆᆞᆯ수馬數는 1,031필, ᄆᆞᆯ馬보던 테우리牧者數는 103명이었다. 테우리들의 말을 식자識者들은 다시 음차하여 녹산장麓山場은→鹿山場, 큰녹오롬-족은녹오롬→大鹿山-小鹿山이 되버렸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자 ‘사슴을 닮았다’는 턱없는 소리를 하게 된 것이다.

과거 영주(제주)10경의 최고 춘경春景은 영구춘화瀛邱春花라는 ‘철쭉꽃 핀 방선문계곡’이나 최근 제주 제일 춘경은 ‘녹산장 봄길’이다. 3월 20일~4월 10일 경 유채꽃과 왕벗꽃이 함께 피는 녹산장 10리 길은 환상의 길이 된다. 특히 만여 평 유채꽃밭은 압권이다. 만추, 녹오롬 정상에 계절 모른 철쭉이 피었다. 제주분들은 철쭉을 모르고 대부분 진달래라 하나 아니다.

지난겨울 제주에서 1년살이 중인 두 분 김 교수님과 한 겨울 녹오롬을 찾았다. 초록빛 목초밭이 보리밭 사잇길을 지나듯 포근했다. 그러나 만추 어느 날, 억새바다에 둥둥 뜬 녹오롬을 바라보니 제주의 어떤 억새밭도 비교 못할 환상이다. 서울 하늘공원 억새밭이 도시 속 천상의 섬이라면 하얀 억새바다에 둥둥 떠 오른 녹오롬은 천상의 바다에 떠오른 섬 같다.

큰녹오롬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는 계단길
▲ 큰녹오롬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는 계단길 @뉴스라인제주

자동차 네이비를 찍으면 유채꽃프라자로 인도해 버린다. 또 다른 길은 녹산장길에서 → 동쪽으로 정석항공관을 지나 200~300m 되는 곳을 천천히 가면 ‘참곱다’라는 간판이 보이고 꽤 큰 주차장 있으니 주차하고 직진 → 억새평원 → 우측→ 유채꽃프라자 → 풍력단지 → 갑마장길 조금 → 좌측의 야자매트 → 정상 → 반대편 계단을 따라가면 ‘참곱다’ 주차장이다.

큰녹오롬은 원형분화구라 하나 말굽형 분화구로 보인다. 또한 분화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탐방로도 없다. 족은 바리메 오롬은 분화구를 가득 채운 나무들이 있으나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위에서 보니 동남쪽이 높고 서북쪽이 낮아 보이나 아래쪽에서 보면 조림한 소나무와 제주의 수종들이 밀림을 이루는 중에 비틀어진 원형 분화구를 보게 된다. 어쩌면 백여 년이 지나면 낮은 쪽이 허물어지며 말굽오롬으로 변할 것이다.

큰녹오롬의 아래쪽으로는 조릿대들이 꽤 보이나 위로 갈수록 윷놀이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산수국도 보인다. 정상 가까운 곳에 양애끈이 나는 것은 신기하다. 물 고이는 질펀한 땅, 곳자왈 같은 곳에서 잘 나는데 산상 가까운 곳에 자라는 것은 이상스럽다. 어쩌면 다른 오롬들과 달리 여기에 나무들이 잘 자라는 것도 이런 까닭이 있을 것 같다. 서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보리똥, 말오줌떼, 천선과, 등이 보인다.

큰녹오롬의 북쪽으로 표선면 개역이(백약이), 좌보미, 송당리 오롬들과 조천의 대소악 부소악 등이 줄줄이 보인다. 동쪽은 영ᄆᆞ루(영주산), 새끼오롬, 모지오롬과 동남쪽으로는 따라비, 남쪽으로는 병곳오롬, 번널오롬이 보이고 멀리는 서귀포 앞바다의 지귀도, 섭섬도 아련하다. 서쪽으로는 물영어리, 마른영아리 그 너머로 한라산이 푸르다. 늙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송악줄 녹색이 푸른데 줄사철은 붉은열매를 깨트린다. 네 계절이 공존하는 녹오롬, 바람소리에 춤추는 억새가 왠지 쓸쓸함은 오롬은 점점 겨울로 가고 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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