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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45) 정의군에서 앞(북)이 열리고 수산진에서 뒤(남)가 굽은오롬
[오롬이야기](45) 정의군에서 앞(북)이 열리고 수산진에서 뒤(남)가 굽은오롬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1.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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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남쪽에서 본 뒤굽은이
▲ 남쪽에서 본 뒤굽은이 @뉴스라인제주

성산읍 수산리의 뒤굽은이오롬은 제주시>번영로>좌회전-비지림로>삼거리>우회전-금백조로-➀개여기(백약이)-➁좌보미-성산읍공설묘지(➂궁대악)-➃뒤굽은이-➄낭끼오롬 등이 바로 인접해 있으니 3개 오름은 함께 트레킹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도시락을 준비한다면 하루에 5개의 오롬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 중 궁대악과 뒤굽은이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낭끼오롬은 남쪽으로 200~300m쯤 떨어져 있다.

뒤굽은이는 남서쪽으로 열린 말굽형굼부리를 가졌는데 해발206.2m이나 비고36m의 낮은 동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조시대 제주도의 행정구역은 제주목(제주시, 북제주군)과 정의군(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서귀포시)과 대정현(서귀포 중문동:이전의 중문면, 안덕면, 대정읍)으로 이루어졌었다. 그중 수산리는 정의군(성읍)에 속한 수산진의 소재지이다. 성산읍 오조리, 고성리, 신양리는 중산간이 없는데 이 3개의 마을들을 중산간으로 품고 있는 마을이 수산리이다.

김종철은 『오롬 나그네 2권』 p.42에서 보면 “뒤가 구부러졌다 함은 남동쪽을 산머리로 하여 북쪽으로 등성마루가 구부러졌다는 뜻이다.(이 말은 수산에서 본 입장이다) 제주어에서 방위를 말하는 ‘뒤’는 북쪽, ‘앞’은 남쪽’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는 틀린 말이다. 앞뒤를 말하는 것은 세계가 동일하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나침판은 북쪽을 가리키고 그 북쪽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앞이라 한다. 위치를 말할 때도 ‘북위 몇도, 동경 몇 도’라 말한다.

뒤굽은이 서쪽정상에서 본 전경
▲ 뒤굽은이 서쪽정상에서 본 전경 @뉴스라인제주

동양사상에도 망자를 위한 제사상을 차릴 때도 병풍이 쳐지는 곳이 북쪽이고 과일을 올릴 때도 홍동백서의 방위를 따라 진설한다. 구좌읍 세화리는 ᄀᆞ는곳이라 불렸는데 이는 ‘가늘게 이어진 곳자왈 숲 지대로 그 안에 폭낭밧, 녹낭밭 등의 숲’이 있다. 그런데 ᄀᆞ는곳 마을 북쪽, 바다 쪽으로 새 동네가 생겼는데 ᄀᆞ는곳 본 마을 앞에 있다하여 ‘앞거리(앞전前, 거리항巷=전항동)이라 하였다.

성산읍 수산리의 뒤굽은이오롬은 당시 정의군 성읍에서 볼 때 앞(북)쪽으로 초승달처럼 열려 있고, 등성이 뒤(남)쪽은 수산진쪽으로 굽어있다. 그래서 이 오롬의 뒤가 수산진(남) 쪽으로 굽어있다고 한 것이다. 아직껏 이 오롬이 ‘굽어 있다’고만 할 뿐, 이를 모르기에 어지럽게 말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로서 이 오롬 이름에 대해서 더 이상 재론할 필요 없다.

수산리 뒤굽은이는 지도상으로는 북으로 수산봉(봉화가 있던 곳)-대왕산(몽골 목마총관부 다루치가 있던 곳)-낭끼-뒤굽은이-영ᄆᆞ루(영주산-정의군 성읍 남쪽의 뒷산)가 동북과 서남 일직선을 이루나 막상 뒤굽은이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궁대오롬만 보일뿐 등성이를 오르는 동안 남쪽으로는 좌보미-좌보미알오롬,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나 정상에서면 영ᄆᆞ루가 정면에 보이고 조금 서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그러나 나무숲에 가려서 동북쪽은 보이지 않는다.

뒤굽은이오롬은 고만고만한 오롬들 사이에 별 폼 없는 촌색시 같다. 특별히 내세울 만 한 것이 없는데도 성산읍에서는 탐방로를 잘 정비해서 깨끗하고 거슬리는 게다. 구좌읍의 용눈이오롬은 하루에 찾는 탐방객이 600~천명 이상이 된다. 그러나 구좌읍에 세 차례나 탐방로 좌우에 풀을 베어달라고 하여도 대답이 없어서 5사람이 이틀간에 걸쳐서 길을 내었다. 한 달이 안 되어 제주시장이 다녀갔는데 탐방로가 풀에 덮인 체로 그냥 놔둘 걸 그랬나 싶었다.

북쪽에서 본 뒤굽은이
▲ 북쪽에서 본 뒤굽은이 @뉴스라인제주

뒤굽은이의 배와 같은 북쪽 굼부리는 인삼포를 씌운 듯 번들번들하고, 오롬을 오르는데 “쿵~쿵~쿵”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다. “뭐지?” 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오던 길에서 반대편 수산 쪽으로 내려오며 보았더니 남쪽 굽은 등에는 레미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노루도 보이지 않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제주오롬의 현실이요, 이후에 변해갈 제주오롬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오롬은 식재된 소나무와 삼나무가 주류인데 오롬이 작은 것처럼 정상도 자그마하다. 그러나 5개의 목재의자가 놓여 있다. 남쪽으로는 영ᄆᆞ루(영주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조금 서쪽으로 비껴서 한라산도 보인다. 영ᄆᆞ루가 바라다 보이는 곳 아래로는 나무계단이 있고 좌우로는 줄이 매여 있다. 그러나 덤불이 보이고 당근밭 울타리를 넘어서 ‘탐방로’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탐방로라고 적혀 있으니 따라가 보았으나 길은 끊겨 있다. 억지로 당근밭을 돌아서 가보니 씨 뿌리고 추수할 때만 트럭이 드나드는 것 같다. 길은 가득 찬 잡초가 키 높이로 자라서 도저히 다닐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았더니 레미콘 공장을 돌아서 가는 길인 듯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개운하지 않다. 길을 찾아도 갈 수 없는 불쌍한 제주 오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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