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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44) 꽃향유 핀 화산터, 황새밭에 뭍힌 오롬 송당 뒤곱은이
[오롬이야기](44) 꽃향유 핀 화산터, 황새밭에 뭍힌 오롬 송당 뒤곱은이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1.09 08: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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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화산돌이 널려 있는 뒤곱은이
▲ 화산돌이 널려 있는 뒤곱은이 @뉴스라인제주

굽은이오롬은 한경면 조수리에 있고, 뒤굽은이 오롬은 성산읍 수산리와 구좌읍 송당리에 있다. 그러나 성산읍 뒤굽은이만 말하거나 구좌읍 뒤굽은이만 말한다. 제주오롬을 전체적으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그 일면만 말하는 것은 소경 코끼리 만지기와 같다. 오롬에 대한 관심은 고마운 일이나 바로 아는 게 중요하다. 제주오롬을 ‘오름’으로 표기하는 것도 그렇다.

‘오름’은 ‘오르다’의 동사에서 온 일반명사형이다. 그러나 제주의 ‘오롬’은 고유명사이다. ‘오롬’은 몽골어에서 온 것이고 더 오래된 말은 ‘ᄋᆞ리’로 물영아리, 마른영아리, 물장오리, 태역장오리 등이다. ‘ᄋᆞ리’는 만주어 ‘ᄋᆞᆯ’에서 왔다. 한족漢族들은 이를 ‘알’과 ‘얼’의 중간 음으로 발음하였다. 필자는 만주에서 20여년 간 살며 만주와 내몽골을 오가며 확인하고 외몽골에서는 3개월 동안 살며 깊은 만남과 체험으로 터득한 바이다. 3개의 오롬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굽은’이란 말은 ‘구부러지다’는 말이니 당연히 말굽형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복합형인 조수리의 ‘굽은오롬’은 이름에 덜 맞아 보인다. 그러면 어느 쪽으로 구부러졌을까? 구좌읍 송당리 뒤곱은이(뒤구부니)는 이제껏 북쪽으로 굽혀 있다고 하였으나 나침판을 맞춰보니 ‘북동향’이다. 성산읍 수산리 뒤굽은이는 ‘남서향’이라 전해진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송로서 본 꽃향유핀 뒤곱은이
▲ 김송로서 본 꽃향유핀 뒤곱은이 @뉴스라인제주

‘송당리 뒤곱은이’는 송당리서 보면 '뒤가 곱다'는 말이고, 성산수산리의 ‘뒤굽은이’는 수산리로 '뒤가 굽어있다'는 말이다. ‘곱다’는 말은 제주어로 ‘구부러지다’ 또는 ‘예쁘다’는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뒤굽은이’는 단지 ‘뒤가 굽어있다’는 하나의 뜻만 가지고 있다. 한자로 ‘후곡악(뒤 후後, 굽을 곡曲)은 잘 표현되었다. ‘아부오롬→앞오롬’은 송당리 앞에 있고, ‘뒤곱은이’는 송당리 뒤로 굽어 있단 말이다. 셋송당은 세화~송당간(세송로)에, 알송당은 송당~비자림/평대(비자림로)에, 웃송당은 송당~덕천/김녕(김송로)로 가는 길에 있다.

지난 봄, 뒤곱은이를 찾았을 때는 이발한 훈련병처럼 깨끗했었다. 오롬 언덕에는 제비꽃들이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었다. 11월, 송당뒤곱은이는 각단, 황새, 억새들 천지다. 작년 말 송당에 사시던 이모부가 돌아가셔서 금년에는 황새 벨 사람이 없어서인 것 같다. 이모부는 황새를 베어 민속촌에 팔아 용돈을 쓰셨다는데 아마도 이 오롬이 아닐까?

‘각단’은 무릎정도로 짧고 비교적 부드럽다. 옛날에는 초가집을 잡아 묶는 굵은 줄을 꼬는데 쓰였다. ‘황새’는 초가지붕을 덮는데 쓰였다. 육지에서는 볏짚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제주에는 볏짚이 없기에 황새를 이용한다. ‘억새’는 제주어로 ‘어욱새’라 하는데 짚불을 떼거나 초가집 처마 끝에 꼽아서 폼을 잡는데 쓰였다.

송당쪽에서 본 뒤곱은이
▲ 송당쪽에서 본 뒤곱은이 @뉴스라인제주

황새를 베지 않은 송당뒤곱은이는 배꼽까지 자란 황새들로 거동이 어렵다. 오롬 동북과 서남쪽은 길게 철조망이 쳐 있어 두 사람 소유로 보인다. 철조망을 따라서는 가마귀쥐똥나무를 심어놓았다. 특별히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촘촘히 철조망을 쳐 놓았을까? 황새밭 속에는 꽃향유가 종종 보인다. 용눈이나 새별오롬과 같은 민둥산에선 바람 맞아서 키가 작거나 누워서 자라는데 이 오롬에서는 크게 자란 꽃향유를 처음으로 본다.

뒤굽은이 오롬정상 동으로는 청산오롬(일출봉), 용눈이, 손지오롬, 안돌, 밧돌오롬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한라산과 조천의 오롬들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도랑쉬, 돗오롬, 둔지오롬과 멀리 북쪽바다도 보인다. 주위에는 산딸기, 멍석딸기, 천선과 등이 보이는데 동북쪽은 황새밭이고 서남쪽은 대부분 삼나무 조림지이다. 그러나 오롬 아래는 솔숲이다.

김송로쪽에서는 곱은오롬 등어리에 붉은 화산송이가 둘려 있다. 그 화산 송이가 흘러내린 곳마다 보랏빛 꽃향유가 피었다. 길 가까운 곳에는 화산바위와 돌들이 널려 있고 굼부리 안의 밭에는 농사를 짓는다. 오롬에는 철조망이 있어서 철조망을 넘지 않고 반대편 송당쪽으로 가보니 오롬 아래 밭에는 주먹만 한 화산 돌들이 널려 있다.

송당뒤곱은이를 탐방 중인 필자
▲ 송당뒤곱은이를 탐방 중인 필자 @뉴스라인제주

오롬 아래 주위는 구실잣밤, 참식, 후박, 구럼비, 고령목, 인동, 두릅나무들이 보인다. 조금 떨어진 농지들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부드러운데 밭담에는 애기동백들이 피어서 곱다. 인도네시아 화산근처 농촌이 떠올랐다. “왜, 화산이 터지는 곳을 떠나지 않지요?” “화산재가 농지에 깔리면 거름 뿌린 것처럼 농사가 잘되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 던 말이 생각났다.

제주에는 같은 이름의 오롬들이 참 많다. 앞으로는 같은 오롬의 이름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거문오롬’이 선흘리와 덕천리 경계에 있어서 종달리 ‘검은오롬’은 ‘동거문이’라 한다. 이 기회에 ‘뒤곱은이’도 송당에 뒤곱은이는 ‘북(제주의)곱은이’로 성산 수산의 뒤굽은이는 ‘남(제주의)굽은이’로 명명하는 게 어떨까?

지난 봄 오롬을 찾으니 새파란 크로바를 맛있게 뜯어먹던 노루가족들이 “우루루~‘ 잽싸게 뛰어 나가던 것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늦가을, 다시 찾은 뒤굽은이오롬에 까마귀가 운다. 요즈음은 동네에서 잘 보이지 않는데 “까악 까아~깍”하고 뒤굽은이를 지키듯이 울어댄다. 이방인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듯하다. 나는 좋아서 찾아 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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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11-12 15:43:13
제주의 ‘오롬’은 고유명사로써 ‘오롬’은 몽골어에서 온 것이고 더 오래된 말은 ‘ᄋᆞ리’로 물영아리, 마른영아리, 물장오리, 태역장오리 등으로 표기된다고 하니 좀 늦은 감이 있으나 오름에 대한 정확한 어원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 ‘ᄋᆞ리’는 만주어 ‘ᄋᆞᆯ’에서 왔고 한족漢族들은 이를 ‘알’과 ‘얼’의 중간 음으로 발음한다고 하니 오름이라는 어원이 잘 설명된 것같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굽은이 오름과 뒤굽이이 오름에 대해 이것들이 소재한 위치와 왜 굽은라고 하는지그리고 주변의 생태환경까지 잘 이해하게되었습니다 다음 연재를 기대합니다

이명희 2020-11-10 12:09:50
오름은 찾아가도 세세 하는 것
몰랐는데요
식물들의 유례까지 알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제주의 민등산은 모두가 오름이라는 것
이제 실감이 납니다
멋진 글을 통해서 깊은 정을 느낍니다.

2020-11-09 22:34:30
한경면 조수리 굽은오롬,
성산읍 수산리 뒤굽은이오롬은 → '남굽은이'
구좌읍 송당리 뒤곱은이오롬은 → '북곱은이'로 불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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