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8:47 (금)
[오롬이야기](39) 절물자연휴양림 속 귀부인 자매, 큰대나오롬과 족은대나오롬
[오롬이야기](39) 절물자연휴양림 속 귀부인 자매, 큰대나오롬과 족은대나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0.09 2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절물휴양림에서 본 큰대나오롬
▲ 절물휴양림에서 본 큰대나오롬 @뉴스라인제주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어서 절물오롬이라고 불려온 이 오롬은 제주시 봉개동 산 78-1번지 에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치장한 귀부인처럼 잘 가꾸어져 있다. 사람들은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어 절물오롬이라 부르나 예전 제주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절물오롬이라고 불리는 큰대나오롬은 해발696.5m, 비고147m, 족은대나오롬은 해발656.7m, 비고120m이다.

이 오롬은 제주~서귀포 간 5.16도로(제1횡단도로) 상에 있다. 5.16도로 서쪽은 대나오롬, 동쪽은 봉개민오롬이 마주 보고 있다. 대나오롬의 큰 봉우리는 큰대나오롬, 작은 봉우리는 족은대나오롬이라 불리나 사실 상 하나의 오롬이다. 이 오롬은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삼나무 숲과 연못, 평상, 탁상과 의자, 약수터가 있고 주위에는 제주산 나무들로 잘 가꾸어져 있다.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지초본』에 이 오롬은 단하악丹霞岳이라 표기하였다. 단丹은 ‘붉다, 하霞는 노을 하霞자로 ‘노을, 멀다, 아득하다’는 뜻이고 보면 ‘멀리 노을이 붉게 물 드는 곳’이란 뜻이다. 제주시 산림조합이 2013년 발행한 『제주오름 368 봉우리』에는 큰대나, 족은대나오롬이라 표기하고 있다.

단하악丹霞岳은 제주사람들이 예부터 불러 온 대나오롬의 음차임이 확실하다. 별칭의 하나인 답인악踏印岳의 ‘답踏’은 밟다, 디디다, 발판, 신발, ‘도장 인印자’로 ‘찍다, 박히다’는 뜻인데 이는 ‘한라산 높은 곳을 디디고 들어간다.’는 뜻의 의역으로 보인다.

민오롬에서 본 절물오롬
▲ 민오롬에서 본 절물오롬 @뉴스라인제주

또 하나의 별칭인 ‘사악寺岳’은 ‘이 오롬 어디에 절이 있어서 그렇다’하나 필자는 이를 동의하지 않는다. 서귀포 볼레오롬 존자암, 삼양(원당)오롬 불탑사, 송당 성불오롬 성불암 중 존자암과 불탑사는 복원됐으나 성불암은 고려 때(12세기) 창건되어 1702년(18세기)경 폐쇄된다. 조선개국 시 억불승유정책으로 이형상목사가 폐쇄했을 터인데 절이 사라져 318년이 지나도 그 이름이 전해진다. 그러나 절물오롬은 ‘절사寺자’를 써서 ‘사악寺岳’이 아니다.

현재 절물 ‘약수암(조계종)’은 1958년 창건되어 60여 년에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절물 어디에 무슨 절이 있어서 그 역사를 이어 온 것도 아니다. 이런 사실은 제주특별자치도청 문화정책과나 절물자연휴양림에 문의하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절물자연휴양림을 소개하는 표지판이나 브로슈어에도 절의 이름이나, 창건년도, 폐쇄연도에 대한 소개는 없다. 단지 ‘물 옆에 절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할 뿐이다.

이 오롬은 여름에 ‘물 맞으러 다녔다’고 전해진다. 육지에서는 여름날 복달임으로 시원한 시냇가 나무그늘 아래서 쉬며 천렵川獵하여 매운탕이나 어죽을 끓여 먹는다. 필자가 1979년에 뒤늦게 대구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청도운문천, 청송-영덕경계의 계곡, 광주직할시 인근 시내에서도 천렵 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천렵’이란 말도 없고 민물고기는 먹지도 않고 바닷고기가 흔하니 의미도 없다. 제주도의 복 땜은 ‘물 맞는 게’ 가장 흔한 풍습이다.

고등학교 시절, 60세 넘는 나이의 세 분(김구하, 김향근, 문소애) 권사님들을 따라서 한라산기도원을 가던 길에 서귀포 돈내코에서 물을 맞고 닭죽을 끓여 먹던 기억이 새롭다. 벌써 50년 전 일이다. 육지와 달리 제주에는 건천乾川이 많으나 서귀포 돈내코나 소정방폭포 등에는 검질(김)매기가 끝나면 신경통에 물을 맞고 닭죽 끊여 먹는 걸 최고의 호사로 여겼다. 남쪽 서귀포는 물 맞는 곳이 많으나 절물에서는 수량이 많지 않아도 물맞이를 했었다고 전해진다.

절물큰대나 굼부리와 족은대나
▲ 절물큰대나 굼부리와 족은대나 @뉴스라인제주

318년 전 사라진 성불암은 아직도 그 이름은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이름도 전해지지 않고 대단위 공원조성 때에도 절의 흔적이 없었으니 건 동의 할 수 없다. 필자는 어린 시절 “백중절百中節에 물을 맞으면 더위를 떨어버리고 피부병이 낫는다.” 하여 절물 맞으러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절물’은 절(寺)에 물을 맞으러 간 게 아니고 백중절기節氣의 ‘절節물’을 맞으러 간 것인데 백중절의 ’절節’이 ‘절사寺의 절로 잘못 와전되어 ‘사악寺岳’이 된 것이다.

절물은 물 맞을 정도로 수량이 적은 건 아니었다. 오늘날 제주해안의 매립은 물이 흐르지 못하여 죽고, 곳자왈에 모인 물은 지하강을 다 흐르지 못하여 모세관현상으로 뽑혀나가서 제주 천연수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50년 전 필자가 백록담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처럼 물이 좋아 ‘절물’이라던 게 지금은 졸졸 흐르는 정도다. “철철철” 소리를 내며 흐르는 영실의 존자암의 물을 보면 ’절물이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금은 상상이 간다.

‘큰대나-족은대나’라는 제주어를 지금은 해석하기 어려우나 필자의 견해는 ‘대열을 지어 나란히(나라비/나열羅列/대열隊列) 있다’는 뜻으로 사료된다. 왜냐하면 멀리 동쪽으로 바눙오롬552.1m-족은지그리504m-큰지그리598m-봉개민오롬651m-족은대나656.7m가 일직선으로 나열돼 있다. 북쪽으로는 큰대나696.9m-진물오롬573m-거친오롬618.5m, 서쪽으로는 큰대나-족은개오리664m-셋개오리658.3m-개오리743m-성진이오롬700.5m이 나란히 맥을 이룬다.

족은대나오롬 아래로는 500~600m의 낮은 오롬들인데 반해 큰대나오롬 위로(한라산 쪽으로)는 600~700m의 더 높은 오롬들로 이어진다. 이런 점은 마치 대순다열도(수마트라·자바·보르네오·셀레베스)의 큰 섬들이 일직선상에 있는 것에 반하여 소순다열도(발리·롬보크·숨바와·플로레스·티모르)는 작은 섬들로 이어진 것과 비교된다.

큰대나에서 본 큰-족은노로손이
▲ 큰대나에서 본 큰-족은노로손이 @뉴스라인제주

큰대나오롬 정상에 서면 5.16(한라산제1횡단)도로 동쪽의 KBS방송 중계탑이 보인다. 그리고 세 개의 봉우리 중 족은개오리는 서향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가 보인다. 중간에 샛개오리는 원추형 봉우리가 보이고, 큰 개오리는 두 개의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복합형 오롬으로 울창한 숲이 보인다. 성진이오롬, 개오리오롬들은 국립공원 내 금지된 구역이기에 이후 ‘조사연구’ 후에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대나오롬 탐방로는 목재계단이 잘 깔려 있고 좌우에는 기둥이 세워지고 밧줄도 묶여 있다. 탐방로 주변 나무들 중에는 키 큰 교목으로는 때죽나무, 산딸나무, 섬단풍, 고로쇠 등의 낙옆수들이 대부분이다. 그 밑으로는 산죽(조릿대)들이 가득하다. 관목으로는 화살나무, 구럼패기, 꽤꽝나무 등이 중간층을 이우고 있다. 탐방로 아래편에는 물봉선들이 가득하나 동부의 곳자왈이나 오롬의 하층을 채우는 자금우 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나오름 정상 북쪽 전망대에서는 제주시 일대가 환히 보인다. 화창한 날에는 한라산 정상까지 잘 보인다. 동쪽 전망대에서는 대나오롬 굼부리가 보인다. 움푹하게 파인 굼부리에는 밀림을 이루고 아래편에는 가시덤불로 덮여서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없다. 동쪽으로는 가까운 곳에는 민오롬부터 조금 멀리 조천읍 바농오롬, 지그리오롬과 멀리는 청산오롬까지도 보인다.

대나오롬의 봄은 산상에 복수초들이 눈 속에 피어나며 시작된다. 복수초들이 질 때면 대나오롬 입구에는 노란 새우란 무리들이 피어난다. 그리고 산벗나무들이 피어나면 대나오롬은 봄이 절정에 이른다. 절물자연휴양림 내에는 장생의 숲길, 숫모르편백숲길, 너나들이길, 생이소리길 등 이채로운 길들이 있다. 가을로 가는 대나오롬에는 산딸나무 붉은 열매가 곱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