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片紙)
-신태희-
문자의 기원이
사슴 발자국이란다
향그러운 뿔을 가진
그 짐승의 눈망울이 못다 한 말
발 아래 문자로 찍혔지
여린 발목으로 봄 숲을 뛰어다니다
더러는 숨막히는 쫓김에 내달렸을꺼야
꽃향기에 취해 흘림체로 걷기도 하고
늦여름 햇살 아래 졸다가
긴 목 쓰다듬는 건들바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소복이 돋아나는 초식의 발자국
봄까지 이어지는 하염없는 편지가 되었데
<저작권자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