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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51)머리를 물들이다
[현달환 칼럼](151)머리를 물들이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8.01.18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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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물들이다
              - 초인

산굼부리 억새 같은
앙상한 머리가
은근히 거슬리는 갈빛에
삶을 되뇐다

무언가 가슴에 남아있던
마지막 고민하나 채우려
단단한 용기 속에 가득한
검은 물감을 휘젖는다

주변머리는 고사하고
정수리마저 하얀 빛깔로 탈색된
그 섬뜩한 과거를 차곡차곡 빗질하며
지워본다

나와 동행했던 시간들은 그대로인데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은
억새꽃처럼 하얗게 피어 만발할 즈음
하나하나 
꺾어 속아내니 사뿐 단정해진다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그냥 빠르게
검게 
짙게 다시 물들이다

“내게도 아직 따뜻한 양심은 남아 있구나”
“내게도 조금 얄팍한 존심은 남아 있었나”
“내게도 아직 세상에 미련은 남아 있구나”
“내게도 조금 미완의 할일이 남아 있었나”

몇 분의 시간으로 과거를 덮는
검은 색깔로 치장한 머리가 되고
유리창으로 비친
햇살 덕에 더 젊게 비친다

포기하지 못한 삶의 무게,
다시 짊어져 나가려는
삶은 아름다운 수채화의 바탕

주먹 불끈 쥔 삶은
그 무엇으로도 말 못하리라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하리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머리가 하얀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머리카락의 색을 결정짓는 것은 멜라닌 색소의 양으로 나타난다. 검정색 머리는 멜라닌 색소가 많은 것이며 갈색이나 흰색이 될수록 멜라닌 색소가 적어지는 것이다.

요즘은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젊은 사람이라도 흰 머리가 생기기도 한다.

흰머리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검은머리와는 사뭇 다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흰머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주례선생의 말이 젊었을 때엔 몰랐지만 나이 들면서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용이란 분야에 첨단 기계 등이 도입되고 발달돼서 흰머리를 감쪽같이 감출 수 있는 염색 기능이 사회에 저변 확대가 되고 있다.

과거 어릴 적에는 50대만 돼도 백발의 어르신들이 많았던 이유는 염색 기능이 발달이 되지 못한 이유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50대가 청춘처럼 젊은 이유도 염색이란 과정을 통해 젊게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변장과 변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무심코 지나다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자란 걸 느꼈다. 머리카락이 반백이 되고 있음을 느낄 때 염색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왜 염색을 하려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염색을 한다는 것은 아직 내가 세상에 할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 속에서도 내가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세상에 미련을 못 버리고 꿈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그러한 꿈이 없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살 법도 한데 머리를 물들인다는 것은 꿈이 남아 있어 못 다한 일이 있음을 느껴본다.

사람이 갖고 있는 신체 중에서 나이를 젊게 보이는 부분은 많다. 그 중에도 머리를 검게 물들이면 훨씬 더 젊게 보인다.

개인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젊게 물들인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즉,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회활동을 많이 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하다. 집안에만 가만히 있어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안 하는 것보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국가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염색이란 이 활동은 국가에서 장려를 해야 할 중요한 활동인 것이다. 사람들에게 머리를 물들이고 살아갈 수 있게 인도하는 것은 결국 안정적이면서 건강한 가정과 사회로 변화할 수 있기에 국가나 사회에서는 박수치며 환영할 것이다.

머리가 희끗하면서 염색하는 게 귀찮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씩 머리를 염색하며 자기 관리를 한다면 보는 사람도 즐겁게 바라볼 것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바로 상대에게서 바라보는 눈길로 인해 삶의 오르막이 결정되는 것이다. 대리만족이란 말도 있지만 누구나 사람은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말을 들어야 한다.

좋은 말이란 전염되는 것이다. 전파되는 것이다.
염색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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