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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207)통 크게 미시시피강을 매립하세요
[현태식 칼럼](207)통 크게 미시시피강을 매립하세요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6.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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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내가 제주시의회 의장직을 수행하는 기간에 늘 가슴을 짓누르는 문제가 산지천 복개상가의 건물 철거였다. 의회에서는 건물주에게 보상명목으로 지나친 액수를 지불하는 것을 반대하였더니 행정에만 매달려 보상요구를 하고 행정은 의회의 반대때문에 건물주에게 보상을 약속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명이 다하여 붕괴 위기에 놓인 건물을 다시 지어 사용할 수 있게 기간연장을 행정기관에 요청하였다. 행정에서는 복개 자체가 수명이 다되어 폭삭 주저앉게 된 상태이니 다시 복개를 할 수도 없고, 건물주들이 복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복개 자체를 보수해서 건물이 주저앉는 것을 막아서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행정에서는 묘안을 내어놓는다는 것이 기발한 착상으로 산지천을 매립하여 택지로 만든 다음 건물주에게 분양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용역회사에 그 타당성과 사업성을 진단하는 용역을 의뢰하여 그 결과를 중간설명하게 되었다.

의회에서 그 설명을 들어보니 용역회사는 사업성이 있다고 열심히 설명하였다. 용역비 받아 돈벌이하는 용역회사는 용역을 의뢰한 행정기관의 요구에 입맛을 맞추려 무진 애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매립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부터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겼다. 하천은 천연 조건에 맞게 형성된 것이다. 산지천은 산지천 상류에서 형성된 빗물이 산지천으로 흐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다. 그리고 동문시장 부근은 가장 낮은 분지로서 사방에서 모여드는 물이 모두 산지천을 통해 바다로 간다. 산지천 하류에는 용출수가 산짓물이라 해서 여러 곳에서 흘라나와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해준다. 따라서 이곳이 제주문화의 발상지가 되고 식수가 풍부하고 뱃길이 좋아서 사람이 모여 산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그렇게 하느님이 만든 수로를 사람이 없애겠다는 것이니 자연을 거역하고 조물주의 뜻도 안중에 없는 일을 하여서 무사할 것 같지 않게 생각되었다. 탐탁치 않게 생각하여 나의 의견을 시장에게 전했지만 시장의 결심으로 용역을 주고 그 타당성을 인정받으려고 의회에 설명하는 것이었다.

설명을 들은 후 질문이 시작되었다. 우선 경제성을 물어보았다. 매립비와 매립지 매각수입과의 손익을 물으니 예상 이익액수가 미미하였다. 시가 왜 이익없는 일을 벌여 문제를 만드는가 따지고, 두번째 비가 오면 흐르는 물과 지하에서 나오는 용천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시장께서 하는 말이 현재 만들어진 산지천 동·서쪽길을 파서 철근시멘트 콩크리트 구축물을 만들어 물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고 용역에 계상되었는가하고 질문했더니 용역에 계상되지 않았고 손익에도 넣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천재지변이 있어 상상키 어려운 강우량이 있을 때는 수로의 기능도 감당못하거나 개활된 하천과 달리 장애물이 수로 입구를 막을 경우 물이 밖으로 넘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동문시장 일대 뿐만아니라 관덕정까지 침수되어 제주시가 걷잡을 수 없는 수재를 입게되는데 그 대책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도 명쾌한 대답이 없었다.

하천을 매립해서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착상은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세계 어느나라도 시도하지 않은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인 것은 분명하다. 하천을 청계천처럼 복개하여 도로로 사용하거나 산지천처럼 복개하여 자연수로(自然水路) 그 자체는 현상대로 놔두고 복개 위만 사용하는 예는 있어왔으나 하천 자체를 매립하고 하천에 흐르는 물을 동·서로 분산시켜 지하수로를 만드는 공사를 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경제성도 없었다.

몇 번 용역을 보완해서 설명해도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결국 시장께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했다. “하천을 매립해서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기발하나, 나는 견문과 식견이 너무 부족하여 이해도 안되고 하천매립사업으로 부흥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치산과 치수를 잘하는 사람이 나라의 백성을 다스리는 치자(治者)가 되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치수(治水)를 잘하는 사람은 흐르는 물길을 충분히 만드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지금 산지천 물을 동·서 두 갈래로 나누어 시멘트 관속으로 쓸어담으려는 것은 가장 하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이 없고 현실성이나 장래성에서 확실성이 보장안된 사업을 억지로 하면 안됩니다. 복개건물주의 요구가 아무리 강해도 이런 사업으로 해결함은 더 큰 재앙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시장께서 정말 하천매립이 유망한 사업이고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하면 정말 통 크게 미시시피강이나 아마존강, 양자강, 나일강 아니면 서울의 한강을 매립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작은 하천 매립사업에 정력을 쏟음은 가당치 않습니다” 이렇게 심한 말을 하고 시장실을 나오고 말았다.

그 후 산지천 매립이라는 말은 없어져 버렸다. 나의 의원 임기 내에는 산지천 건물 철거나 보상 문제로 시끄러움은 없었다. 다음 민선시장이 들어서고 막대한 돈을 빌려다 엄청난 액수를 보상해주어서 그 원금과 이자를 제주시민 모두에게 책임지우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인당 일십만원 이상 빚으로 갚아야 하는 산술적 계산이 나오고 지방세 고액납세자는 엄청나게 희생돼야 이 문제가 해결되게 되어 있다.

어떻든 시의회가 산지천 매립을 승인했더라면 그 결과 문제가 발생했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용역비는 날렸어도 매립을 강행않는 것은 천만다행이 아닌가 지금도 생각한다. 지금은 산지천이 유원지가 되어 시민휴식의 명소로 자리매김된 것을 보며 그 때의 일을 회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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