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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96)민원 해결 사례들
[현태식칼럼](196)민원 해결 사례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4.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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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내가 시의원이 되고 보니 문제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크고 작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주차문제도 그 중 한가지요, 학교 교육 환경 문제도 발생하였다. 그 사례를 일일히 사건별로 기술하려면 지면이 너무 많이 필요하여 건축민원에 대하여 한 가지만 말해보겠다.

제주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곳곳에 고층건물도 들어서고 아파트단지도 건설되어 갔다. 화북동에서 스레트집 옆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니 스레트집 주인 할머니가 심한 반발을 하여 건축에 지장이 되고 민원이 되어 시청에서는 골머리를 앓았다. 의회로도 진정이 들어왔다. 집행기관이 건축을 적법하게 내어주었으면 민원인에게 단호하고 분명하게 설명하여 납득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옆집이나 인근주민이 이의를 제기하면 건축주 보고 타협을 잘해서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건축주가 아무리 설득해도 민원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서로 사이가 나빠지고 불신과 원망의 골만 깊어지는 것이었다. 집행부에 촉구했다. 왜 적법한 허가면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분명한 대처를 해야지 미온적으로 처리하는가. 집행기관이 나 몰라라 하며 당사자 해결만 지시하면, 건축주와 지역주민의 마찰이 심해진다. 또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하여 행정마비와 시민 경제에 큰 타격이 오고, 시민의식에 타락과 가치관의 혼란이 오니, 공권력은 정당해야 할 뿐만아니라 단호해야 사회질서가 확립되고 법의 존엄성이 있게 된다. 나는 이런 점을 실무공무원에게 주장해보지만 담당공무원은 민원이 시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업자 보고 원만히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고층건물이 들어선다 하면 민원이 발생하고 금전적 요구는 관행화·고질화 하는 병폐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화북동 민원은 노골적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사건은 아니지만 옆집 할머니가 건축불가를 완강히 주장하여 건축주는 입장이 난처해진 상태였다. 그 지역 의원이 설득해도 먹혀들지 않았다. 의회의 대표자로서 현장에 가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공사장에 가서 할머니를 만나보았다. 자기네 집은 스레트 집인데 옆에 웅장한 아파트가 위압적으로 들어서서 자기네를 초라하게 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 그의 말 속에 숨겨져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좀 듣기는 싫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말을 시작하였다. 할머니네는 집터도 넓고 건물이 현대식 건물이 아닐 뿐 그렇게 고층건물이 오는 것에 대하여 마음 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보기에 나이드실 때까지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시느라 고생도 했지만 아주 성공을 한 것 같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큰 부자가 안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들어보니 자식이 있으신데 자식은 큰 희망이고, 그 자식이 부자 안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라도 아들이 큰 돈을 벌어서 이제 그럴듯이 좋은 집을 지어야 겠다. 어머님 살아계실 때 이 넓은 터에 남처럼 좋은 건물을 짓기를 소망했었는데 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번듯한 집을 지어 제사라도 모셔야지 하고 고층 건물을 착공하려는데 옆에서 한사코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 되면 할머니, 저승에서지만 얼마나 가슴칠 원통한 일이 되겠습니까. 아들이 아니면 손자대라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부자가 원래 정해지거나 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하고 타고난 복이 있으면 부자되고 지금 가난하다고 다음 대 가난하라는 낙인을 찍은건 아닙니다. 할머니 제 말이 틀렸습니까? 틀리지 않으면 후대 자손이 잘 되게 지금 후한 덕을 베풀어야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옆에 큰 집 짓는 것 때문에 먼지도 일고 소음도 생기고 마음에 거슬리는 일은 많은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건축을 못하도록 하면 우리나라는 스레트 단층집 밖에 없는 보잘 것 없는 나라가 됩니다. 할머니가 참고 나라 발전이나 화북동 발전에 크게 공을 세웠다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할머니의 후덕함이 자식까지 잘 되게 할 것입니다. 아마 할머니 집터에도 옆 건물보다 떨어지지 않은 건물이 들어설 날이 오고 거기서 할머니를 잘 모시어 할머니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할머니 괴롭더라도 옆 땅에 건축을 하게 꼭 참아주세요. 하고 돌아왔다.

그 후 큰 어려움 없이 건물이 완공되었다. 대화, 진심어린 대화는 큰 효력을 발휘하고 사람의 가슴을 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우리는 일시적 방편으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어린 대화를 함으로써 어려움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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