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비
- 정일근 -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쌀쓸이하며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
그래서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서 배웠다, 녹비
그 땅 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라고 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흙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녹비 : 퇴비)이 된다.
자신을 바쳐 땅을 이롭게 하며, 풍요를 가져온다는 것.
이것이 자운영에게는 숙명적이겠지만, 현실은 몹시 냉혹한 모습이다.
우리의 농촌은 어떠한가.
농어촌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도시문화가 꽃이라면, 농어촌은 그 뿌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농어촌이 살아 있을 때 도시문화의 여러 폐단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얘기다.
한,미FTA협상으로 감귤농민이 한층 어려워질 것 같다.
우리의 감귤농민이 한․미FTA협상으로 인해, 갈아 엎어지는 자운영의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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