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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51)씨뿌리는 계절
[양대영 칼럼](51)씨뿌리는 계절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0.31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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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리는 계절

-Victor Hugo(위고)-


지금은 해질녘
나는 문간에 앉아
일하는 마지막 순간을 비추는
하루의 끝을 찬미합니다.

남루한 옷을 걸친 한 노인이
밤 이슬 젖은 땅에
미래의 수확을 한 줌 가득 뿌리는 것을
마음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그의 크고 검은 그림자가
이 넓은 밭을 가득 채우니
그는 계절의 소중함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습니다.

농부는 넓은 들판을
오가며 멀리 씨를 뿌리고
손을 폈다가는 다시 시작하고
나는 숨은 목격자, 혼자 쳐다봅니다.

떠들썩한 소리 들려오는 저 그림자가
장막의 깃을 펴며
별나라에까지 이를 듯해
나는 씨 뿌리는 이의 장엄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들녘엔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그럴 시기이다. 올해는 자연재해가 겹쳐 풍요로운 가을걷이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곡식만이라도 영글게 잘 거두는데 소홀치 말일이다. 그러나 가을걷이는 이전, 봄과 여름에 농부들의 숭고한 씨 뿌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빅토르 위고(Victor Hu해:1802-1885)는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와 ‘레미제라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으로서 소설과 희곡 등도 많이 남겼다. 이 시는 밀레의 만종을 연상케 하는 시이다. 부부가 저물녘 들판에서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그림. 밀레가 그림으로 농촌풍경을 묘사한 게 ‘만종’이라면, 이는 글로서 농촌 풍경을 묘사한 시이다. 시인은 남루한 옷의 노인이 미래의 수확을 한줌 가득 뿌리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씨앗을 한줌 잡고, 손을 폈다가 다시 시작하는 장엄한 모습을 지켜보는 목격자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농업 대국이다. 농업 일상의 주변이 시와 그림으로 묘사됨은 당연하다 할 것이나, 그 서정이 매우 장엄하고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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