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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47)어머니는 참 무식하다.
[양대영 칼럼](47)어머니는 참 무식하다.
  • 영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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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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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참 무식하다.

- 박제영 -

초등학교도 다 채우지 못했으니 한글 쓰는 일조차 어눌하시다.
아들이 시 쓴답시고 어쩌다 시를 보여드리면 당최 이게 몬 말인지 모르겠네 하신다.
당연하다.

어머니는 참 억척이시다.

열 일곱 살, 쌀 두 가마에 민며느리로 팔려 와서,
말이 며느리지 종살이 3년하고서야 겨우 종년 신세는 면하셨지만,
시집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요, 시어미 청상과부라 시집살이는 또얼마나 매웠을까,
그래저래 직업군인인 남편 따라 서울 와서
남의 집 살이, 시다 살이, 파출부 살이, 수 십년 이골 붙여
자식 셋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냈으니, 환갑 넘어서도 저리 억척이시다.

이번에 내 시집 나왔구만 하면, 이눔아 시가 밥인겨, 돈인겨, 니 처자식 제대로 먹여살리고는 있는겨, 하신다.
당연하다.

무식하고 억척스런 어머니가 내 모국이다.
그 무식한 말들, 억척스런 말들이 내 시의 모국어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써 온 수 백편 시들을 전부 모아 밤새 체를 쳤다.
바람 같은 말들, 모래 같은 말들, 다 빠져 나가고 오롯이 어. 머. 니. 만 남았다.
당연하다.

 
신식 교육기관이 설립되어 일반 대중이 고등교육을 접하게 된 것은 광복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상황 등 사회여건으로 인해 대중들이 부담 없이 학교에 가게 되는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그렇다. 또한 여성들에 대하여서는 상당히 제한되었던 것으로 보아진다.

지금의 60대 이상 대부분의 어버이들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한글조차 쓸 수 없을만큼 참 무식하다. 자신의 무식함을 자식들에게는 결코 대물림하게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억척스레 생활하는 우리네 어버이들을 절절하게 그렸다.

시인은 지금까지 쓴 시들을 모아 체로 걸러낸다. 가식에 찬 말을 모두 뺀다. 결국 남는 것은 어머니, 세 글자뿐임을 확인한다. 우리네 영혼에 어버이 모습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무식하고 억척스럽지만, 자식을 위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오시는 어머니의 마음,
그 깊은 속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마음만의 여유라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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