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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 칼럼(9) 고르디오스의 매듭
강경우 칼럼(9) 고르디오스의 매듭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4.03.30 15: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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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 드림타워'에 대하여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웃기는 것은 그 많은 단체들이,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20여 년 간 어디에 숨어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성명이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떠느냐 하는 것이다"

▲ 강경우 시인
고대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더가 점령한 리디아 왕국의 신전에 '고르디오스 왕의 매듭'이란 것이 있었다.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것으로, 누구든지 이 매듭을 풀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라는 전설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없었는데 기원전 333년경, 고르디움을 정복한 알렉산더가 이 매듭을 보자 단칼에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이야기 내용이 어쩐지 작위적인 느낌을 받는다. 추종자들이 알렉산더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리라.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적은 일본인 작가(사토 도시유키)는 말미에 "그(알렉산더)에게 운명이란 개척하는 것이었다. 시련이 닥치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하면 된다. 규칙은 스스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네이버 지식백과).”라 하고 있다. 과연 사무라이, 아니 야쿠자다운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제국주의적 발상으로 불가능을 나의 의지대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마치 독도를 다케시마라 고쳐 부르면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짓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태도는 정복자인 알렉산더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말이겠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타당하거나 정당하다고 할 수 없는 말이다. 아무리 이 사회가 천민자본주의 사고로 돈이면 무조건 최고라고 해도 말이다.

문제는 어디에도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의 삶도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문제 자체까지 소멸해 버리겠지만, 복잡다단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하여 그것의 답을 찾는 일은 그 누구라 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보도를 보면 “노형 드림타워”에 대하여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웃기는 것은 그 많은 단체들이,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20여 년 간 어디에 숨어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성명이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떠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83년도에 건축허가를 득하고 크레인 설치 한 후 20여년이 지나도록 방치한 상태이다. 그대로 계속 방치 속에 놔둬야 할 것인지,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량한 투자유치가 필요하다. 과거에도 투자를 하겠다고 해서 건축허가를 득한 후 추진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작년부터 시행돼 재난 영향성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도민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들을 법 절차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 나가기 바란다. 이 제도는 제주에서는 처음 도입되고 있는 법이기 때문에 타시도의 사례도 벤치마킹해서 민원처리 규정에 따라 제주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서 처리하기 바란다(영주일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우근민 지사도 그동안 뭘 모르고 일을 추진하였다는 것인지, 문제를 알면서도 추진하였다는 것인지 남의 말 하듯 이해하기 곤란한 말만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이 말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어쩐지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흉물스럽긴 하다. 이제 막 신제주의 중심이 된 거리 주변에 가림 벽을 치고 커다란 크레인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양이 썩 좋은 인상은 아니다. 또 그것이 도박 사업을 위한 중국자본이란 것도 썩 탐탁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의 속성상 이익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면 어느 누가 투자하겠는가. 다만 도지사의 말처럼 법 절차와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한다면 굳이 말릴 일도 아닌 듯싶다. 더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카지노의 규모를 실정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고, 불투명한 도박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서라도 세수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말이다. 큰 공사를 하자면 다소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건물 고도가 조금 높아 조망권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위치가 저지대이고, 또 광장을 끼고 있어서 큰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모르긴 해도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은, 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된 것을, 좋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밀려오고 있다. 마치 우리 해안가로 밀려오는 중국 발 쓰레기처럼, 중국 발 스모그처럼 제주 헬스케어타운 주 자본이 그렇고, 제주 땅 잠식이 그렇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국국적을 가진 중국인이 매입한 땅이 52만6000㎡(제주도민일보)라 하고 있으니 장차 이 제주가 어떻게 되리란 것쯤은 눈을 감고도,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매듭은 차근차근 풀어야 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를 위하여 알렉산더의 검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失보다 得이 월등하게 크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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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젠틀 2014-03-31 13:55:30
선생님 말씀 백 번 옳으십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칼럼 계속 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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