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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 칼럼(8) 그래도, 人和만 못한 것이다
강경우 칼럼(8) 그래도, 人和만 못한 것이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4.03.1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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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우 시인
맹자, 「공손추 하편」에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天時, 즉 하늘의 때는 地利,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사람의 화합)만 못하다’이다. 소위 맹자의 王道論이란 것이지만, 사람의 일상에 빗대어도 좋은 말이다. 한 직장에서 천운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 됨됨이’는 그가 처한 처지나 지위만 못할 것이며, 또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그 지위가 덕망 있는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다

때가 때인지라, 요즘 세태라고 해야 할지, 사태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 입술 붉은 당의 꼬라지들을 보고, 듣고 있자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을 성 싶다. 그러니까 그 예비선거 방식을 놓고 조령모개(朝令暮改) 하더니, 어느 위대한(?) 개인의 손을 들어줬는가 100% 여론조사로 예비 후보를 선출한다고. 하든지 말든지 내 알 바는 아니로되 한 쪽 사진을 보면 파안대소인데, 한 쪽 사진을 보면 심각한 우거지상이니 무슨 변고가 일어날듯 심히 걱정이 되어서······.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天時不如地利라고 하지 않던가. 제일 높은 집에서 뭐라고 했든, 대인(?)들이 어찌 하였든 그것은 海外의 뜻이고, 안에서는 그나마 人和가 남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큰물에서 제주 몽생이가 두각이 보일 때는 같은 제주사람으로서 밖에 나가면 내 개인으로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한 야당의 성명을 보면 제주를 위해서는 뭐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여타 후보자들께서는 남의 손수건으로 코를 푼 격이니 약간의 위안이라도 되겠다 싶다.

때마침 봄비가 내렸지만 아직 우후죽순이 솟아오를 시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이미 치솟아 오른 죽순들이 하나 같이 제주를 위한다는 말씀들이신데, 과연 속 빈 대나무처럼 익을수록 허리 굽혀, 이 고장의 모두를 위해 일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보다 먼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전장에 선 사람들이라 그 어떤 이야기도 귀에 들어갈 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들어다 볼 사람이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맹자, “공손추 하편”의 몇 마디를 발췌하였다.

孟子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三里之城 七里之郭 環而攻之而不勝 夫環而攻之 必有得天時者矣

然而不勝者 是天時不如地利也

天時(하늘의 때)는 地利(처지의 이로움)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사람의 화합)만 못하다. 3리의 내성(內城)과 7리의 외곽(外廓)을 에워싸고 공격하지만 이기지 못한다. 대저 에워싸고 성을 공격하는 데에는 반드시 天時를 얻은 것이지만 이기지 못하는 것은 天時가 地利만 못하기 때문이다.

城非不高也 池非不深也 兵革非不堅利也 米粟非不多也 委而去之

是地利不如人和也

성이 높지 않은 것도, 못이 깊지 않은 것도 아니며, 병장기와 갑옷이 날카롭고 견고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군량이 많지 않은 것도 아닌데 성을 버리고 간다. 이는 地利가 人和만 못하기 때문이다.

故曰域民不以封疆之界 固國不以山谿之險 威天下不以兵革之利

그래서 말하길, 나라의 백성은 영토의 경계로써 하지 않으며, 나라를 튼튼히 함에는 산과 골짜기의 험함으로써 하지 않으며, 천하에 위엄은 무력(兵革之利)으로써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得道者多助 失道者寡助 寡助之至 親戚畔之 多助之至 天下順之

以天下之所順 攻親戚之所畔 故君子有不戰 戰必勝矣

도(道)를 얻은 사람은 조력자가 많고 도를 잃은 사람은 조력자가 적다. 조력자가 적은 것이 지극하면 친척도 그를 배반하고, 조력자가 많은 것이 지극하면 천하(天下)가 그에게 순응한다. 천하가 순응하는 바로써 친척이 배반하는 바를 공격하는 것이다. 때문에 군자(君子)는 ‘싸우지 않음’은 있어도,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것이다(번역은 필자).

보는 바와 같이 맹자는 싸움의 기본을 天時, 地利, 人和의 세 가지를 들어 말한다.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천시의 길흉 같은 것을 점쳐도 수비하는 쪽의 견고함을 이기기엔 어렵다. 하지만 요새의 지리적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이것을 지키는 이들의 화합이 없으면 지켜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스리는 자’가 반드시 덕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망해본 사람은 안다. 덕이 없어 망하면 친척 이전에 형제부터 먼저 돌아선다는 것, 당해본 사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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