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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 칼럼(6) 우근민, 생활 도지사가 되겠다(?)
강경우 칼럼(6) 우근민, 생활 도지사가 되겠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4.02.05 22:3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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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우 시인
1월 29일자 영주일보, 「우근민 "내가 바뀌겠다. 생활도지사 되겠다"」제하를 보면, "읍면 순시를 하면서 도지사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생활도지사가 되겠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도민의 소리는 잘 듣지 않았다. 때(?)가 때인지라 읍면 순시하면서 도민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자신이 바뀌지 아니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자아성찰이라도 하였다는 말일까? 그래서 ‘생활 도지사(?)’가 되어야 하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도지사였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나아가 이러이러한 것이 도정의 잘못이었다고 대놓고 말을 해야, 진정성이라도 조금 보이는 게 아닐까. 그동안 ‘프로그램화한 지식과 경험으로 쌓은 지식도 남 못지않을 것이며, 보고 들어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파악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 물어보아야 하고, 문제를 파악하였다면 당연히 자아성찰로서 반성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이 말은 영국인 “레그 레반스” 교수가 창시한 학습방법의 한 가지로 “학습=지식+물음+성찰”이란 등식으로 표현한 것을 설명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였다면 해결책은 저절로 나타나는 법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도지사가 바뀌어야 하겠다. 생활도지사가 되겠다’라고만 하고 있을 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라 할지, 반성이라 할지, 그런 구체적인 이유는 일언반구도 없다. 學習이란 말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논어 첫 장의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나온 말이다. 學習은 글자 그대로 ‘배우고 익히다’이다. 질문하면 배우는 것이고 배웠으면 꾸준히 익히면서 성찰하지 아니하면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때로는 “마키아벨리(1469~1527)”의 말처럼 부하직원에게는 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지사가 물었는데 우물쭈물 대답이 시원치 않다면 결국 그 욕은 어디를 향하겠는가. 이 기사가 도지사의 변을 직접 듣고 그대로 발췌하였다면 모르지만 보도 자료(?)에 의한 것이라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우 지사는 또 "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가 아무리 발전해도 국민 삶의 질이 불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씀했는데, 제주도가 지난해 경제성장률 4% 후반이다. 전국 평균 1.9%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도민들이 아무런 체감을 못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시책추진단에서 150개의 생활형 민생시책을 모았다. 탁상행정 하지 말고 꼭 현장을 체크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잘 파악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경제성장, 인구증가, 관광객 입도 등 지난 3년간의 목표실현을 언급하면서 "민생, 여성, 어르신, 장애인, 학생, 학부모, 농어업인 등 150개 시책을 꾸준히 진행하고 새로운 시책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가방끈이 워낙 짧아서 그런지, 이 또한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와 지방세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도민들이 아무런 체감을 못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 세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였다는 말인가? 한라산 깎아서 목포까지 육지를 만들려고 저축을 해 놓았다든지, 아니면 길 닦고, 곶자왈 파헤치느라 다 썼다든지, 그 내역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잘못 된 것으로 판단되었으니 도민께 한 백만 원씩이라도 나눠주겠다고 하든지 해야 실감이 날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생활시책이란 것이 150여 가지라고만 포괄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아리송하다. 적어도 이런 말(보도자료?)이라면 그나마 모은 자료를 가지고 각 부서별로 유목화 해서 양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좀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찌하겠다고 해야 말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또 오늘 기사를 보면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제주자치도는“현장에서 현안 해결의 답”을 찾기 위해 주요현안이 있는 동지역의 주민들로부터 현안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주민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현안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지역 방문에 나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주요현안’은 어떤 것을 말함인가? 그 주요현안이 어떤 것인지 모르나 서귀포 방문 지역이 월드컵 경기장을 낀 대천동과 그 옆 마을 대륜동이라니! 오늘 서귀포 동홍동을 거쳐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현장을 관통하는 도로를 타고 제주로 오면서 보니, 공사현장 도로 양쪽에 주욱 붉은 깃발이 서 있었다. 현지주민 의견을 무시한 공사강행에 대한 불만과 분묘훼손 및 건축물 고도완화에 대한 항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일전에 공사 찬성 기자회견을 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지금 이 깃발들을 꽂아놓고 기세등등 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아무래도 또 강정마을처럼 주민 반목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강정해군기지, 그래 강정마을 주민갈등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이런 것들은 도지사의 업무외의 것인지는 모르나 무지한 생각으로 어찌 하필 대천동과 대륜동인가이다. 이 마을에 저런 갈등 보다 더한, 어떤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아킬레우스를 비롯하여 옛날의 군주들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인 키론Chiron에게서 양육되고 배웠다. 반인반수를 스승으로 가졌다는 것은, 군주 된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 두 가지 성질을 잘 분간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불가결(必要不可缺)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군주가 굳이 금수의 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는 여우와 사자를 택해야 한다. 사자는 함정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며 여우는 늑대에 대하여 두 손을 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하여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쫓아버리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단지 사자에게만 의지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간을 못한다. 신의를 지키는 것이 해롭기도 하고, 약속을 이행할 아무런 이유도 이미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을 때에는 신의를 지키지 못하거니와 또 지킬 필요도 없다는 것을, 지각 있는 군주는 분별하고 있다(-마키아벨리 작, 최현 역,『군주론』제18장 부분. 신조문화사간, 1969).

필자는 오래전에 이 글을 읽으면서 상당히 당혹스럽기도 하였고, 속이 불편하기도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당시의 로마는 도시국가로 나뉘어서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마치 중국의 전국시대와 마찬가지였으므로 마키아벨리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을 대충 이해는 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 그것은 이탈이아의 통일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동양에서는 한나라 이전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이런 정치학의 주요 사상들은 제자백가를 통하여 정착된 후이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보다 무려 1800년 전에 동양에서는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은, 군주는 사자의 발톱과 여우의 간교함이 있어야 한다고 거침없이 내뱉는 대목에 이르면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사실 정치인들의 말이란 수시로 변하는 것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믿어보고 싶은 것이 백성 된 도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마키아벨리의 참뜻처럼 대의를 위해서 때로는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해서 비록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정치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끈질기게 떠오르는 구절이기도 하고 나 또한 그 처지라면 무엇이 다르랴 싶기도 해서 인용해 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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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소 2014-02-08 21:13:08
주신 선생님 글 다 읽고 나니요....예전입니다. 선생님께서 소인께 한 통의 편지를 주셨습니다. 호가호위란 고사성어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언제나 건강하십시오......오늘도 잠시 머물며 읽고요....오늘 하루 생각다 갑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miok 2014-02-06 12:36:58
학습이 쉽지 않습니다. 사자와 여우가 되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왜 세상은 어려운 것들로만 뭉쳐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아픕니다. 선생님 말씀 귀합니다.

인터젠틀 2014-02-06 11:01:49
강경우 선생님의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시의적절합니다
기사를 쓰는 이들도 직업의 특성상 정치인의 말 그대로를 인용하기 보담
더 구체적인 자료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4-02-06 1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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