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1:23 (금)
강경우 칼럼(5) 출사표를 던지다(?)
강경우 칼럼(5) 출사표를 던지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4.01.25 13:5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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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우 시인
“선제(先帝)께서는 아직 창업(創業)의 반도 못 이루고, 중도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천하가 셋으로 나뉘어 있고, 익주(촉한의 수도)는 피폐(疲弊)해졌으니, 이는 진실로 국가 존망(存亡)의, 위급한 時期입니다(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殂 今天下三分 益州疲敝 此誠危急存亡之秋也).”로 시작되는 제갈공명의 출사표, 이 명문을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면, 그 결연함에 가슴이 숙연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존망이 달린 위급한 때에 죽기를 각오한 제갈량의, 눈물겨운 사랑과 믿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그 경위와 내용을 대강 살펴보면, 유비는 촉한을 창업하였으나 미처 북쪽 위나라 땅을 수복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죽기 전 제갈량에게 유언하기를 ‘반드시 북방을 수복하라’였다. 유비의 유언을 받든 제갈량은 어린 황제를 보좌하면서 노심초사하였는데, 때에 이르러 위나라 토벌의 기치를 들게 된다. 출정하는 날 아침, 유비의 아들 제2대 황제 유선(劉禪)을 알현하면서 바친 글이 출사표이다. 여기에서 그는, ‘지금 폐하께 대한 좌우 신하의 충성은 유덕한 선제(先帝)의 특별한 대우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한다. 이는 우회적으로 대신들의 출병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려는 뜻도 있다. 다시 그는 더 구체적으로 시중(侍中)인 곽유지(郭攸之)와 비의(費?), 시랑(侍郞)인 동윤(董允)과 장군 상총(?寵)을 칭송, 거명하면서 대소사를 이들에게서 자문하고 시행하면 널리 유익할 것이므로 그들의 충간을 막지 말아야 하고, 상벌은 공평해야지 사사롭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로서 전한의 흥성과 후한의 폐망한 연유가 人事에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신하인 시중(侍中)과 상서(尙書)·장사(長史)·참군(參軍)은 心正, 信義, 志操가 남다르기 때문에 믿고 가까이하라고 말한다. 끝으로 자신이 출사하게 된 동기와 선제의 인품에 충성한지 21년이 되었다고 하면서, 그동안 선제의 유지를 못 받들까 두려웠는데 노수(瀘水) 이남을 평정하였다. 때문에 군대와 무기가 있으니 마땅히 북쪽 중원을 평정해야 옛 한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당위성을 주장한 글이다. 그래서 예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이 아니다’라고까지 하였다. 그런데 흔히 선거철만 되면 출마자를 거명하며 ‘출사표를 던졌다’라고 한다.

출사표란 일반적으로 출병에 앞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지만, 특히 제갈량의 출사표는 나라가 존재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중차대한 때에 출병에 앞서 황제에게 바친 글이다. 그것도 유언장이나 다름없는 글이다. 그런 글을 차표나 사표를 던지듯 지엄한 황제에게 휙 던질 수 있겠는가. 누가 처음, 선거도 적수가 있는 싸움이므로 주사위 개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라는 비유로 썼겠지만 지금은 일반명사와 다름 아니게 사용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들 명리를 쫓는 출마자에게 쓰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건방지게 ‘던지다’이다. 세상이 바뀌어서 유권자가 왕이라고 하자, 선거철 그때뿐이지만. 그 보잘 것 없는 유권자들이니 휙 던져도 된다는 것인가? 기분 나쁘게·····.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이 무언가? 한 번 대놓고 물어보자. 이들이 아무리 공리민복이 어쩌고 떠들어대도 그때뿐, 누구의 말처럼 ‘살림살이가 나아 지셨습니까?’이다. 조금도 달라지는 게 없다. 아니 달라지긴 한다. 그 이상한 짓거리만 골라가며 하는 짓 말이다. 일일이 구체적으로 말 안 해도 우리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엊그제 누구 말처럼 ‘어리석은 중생이라서 책임만 따진다고?’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건 소주뿐이다. 젠장! 차라리 옛날처럼 선거술이라도 한 잔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막걸리집이나 식당들만이라도 장사가 좀 되게 말이다. 그것도 한철 장사가 아니던가. 그 어렵다는 분배의 논리가 별건가. 그렇게 써야했던 그 돈들이 다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7당6락’이란 말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그래서 난 생각했다. 만일 ‘전 아무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여러분과 더불어 제 월급 가지고 소주나 한잔 하면서 세상 이야기나 하렵니다.’라고 공약하는 출마자가 있을까? 있을까만 이런 사소한(?) 공약도 되고나면 뒤집을까. 하여튼 그런 사람 나온다면 나는 두말 않고, 그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면 아마도 출사표를 던져도 쓰레기통엔 들어가지 않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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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SO 2014-02-03 20:34:51
출사표 의미를 새깁니다. 정말이지 경제가 좀 나아졌습니까? 경제를 생각하고 민생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을까 하는 생각 듭니다. 더군다나 세금까지 과중하게 뜯는, ㅎ...
선생님 건강하신지요.....이렇게나마 인사 올립니다.

miok 2014-02-01 12:43:51
분배의 논리하니 생각 납니다.
집안에서 젤 막뚱이 조카녀석이 초1입니다. 새배를 왔습니다. 우리집 새배돈 규칙은 초등학교는 3천원, 중학교는 오천원, 고등학교는 일만원입니다. 막뚱이 녀석 새배를 하고 일만원을 주면서 2학년에는 일등이다. 그랬더니 한 참 생각하더니 1등은 못한다고 그래서 그러면 3등안 ~ 5등안~ "그러면 그냥 삼천원만 주시던가요" 해서 우리는 모두 자지러지게 웃고 말았습니다.

테울 2014-01-27 16:17:32
제갈량의 출사표!
그 중차대한 것을 던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선생님의 일갈!
좋은 것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화안 2014-01-25 17:13:36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 내 놓으셨습니다.
거짓말이 정치인 전제 조건이다, 라고 누가 합디다만.

향호 2014-01-25 17:00:54
잘 읽었습니다.
꼽아놓고 가슴 칠 일을 하지말아야 하는데
어느 것이 진짜 까마귀인지 구분할 눈이 없는 건지
워낙 변장을 잘 해서 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어쩝니까
눈 더 크게 뜨고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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