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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이었나?
[기자수첩]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이었나?
  • 나는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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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2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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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출범 30주년을 기념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K리그 올스타전이 현주소만 확인한 채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흥행도 참패, 의미도 희석된 이번 올스타전은 과연 누굴 위한 올스타전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3'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처음 실시 되는 승강제에 따라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 선수의 맞대결 구도로 기획됐다.

그동안 올스타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들까지 '팀 챌린지'라는 이름을 달고 팬들 앞에 설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했다.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팀 챌린지의 감독과 선수들의 사전 기자회견발언은 일종의 기대감을 부풀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해외파가 끼어들면서 모든 것은 엉망이 됐다.

K리그 잔치에 해외리그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직접 뛴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K리그가 낳은 해외파'라는 타이틀도 궁색했다.

축구연맹은 올스타전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갑작스레 해외파 선수들의 출전을 예고했다. 어느 팀에서 뛰는지 공개하지 않은채 올스타전 이틀 전에서야 부랴부랴 상대적으로 실력이 밀리는 팀 챌린지에 끼워 맞췄다.

연맹관계자는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에 마침 있었고 올스타전 섭외를 요청 했더니 그들이 흔쾌히 응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흥행에 실패할 것을 우려해 긴급히 투입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구원투수로 나섰던 해외파마저 관중 동원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을 찾은 관중은 3만7155명이던 것에 반해 올해는 고작 1만1148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⅓토막 났다.

연맹은 해외파 선수들의 이름값에 편승해 올스타전의 흥행을 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덮어두고 해외파부터 찾는 바람에 많은 것을 잃었다. K리그의 가치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렸다. 주객이 전도되는 뜻하지 않는 실수도 저질렀다.

광고에서 이 같은 실수를 일컬어 뱀파이어 효과(Vampire effect)라고 한다. 제품의 속성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빅 모델(Big Model)만을 내세울 경우 사람들은 제품에 주목하기 보다 오히려 모델만을 기억한다는 역효과를 가리킨다.

연맹은 딱 뱀파이어 효과에 매몰됐다. 빅 모델 전략은 감성에 소구한다. 2002년 월드컵 멤버와 2012년 당시 현역들의 대결이 펼쳐졌던 지난해 올스타전은 감성적이었다.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이 자신의 스승 거스 히딩크(67) 감독에게 달려가 2002년 당시의 세러모니를 펼친 것은 많은 이들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을 흥행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러나 올해 올스타전은 달랐다. K리그 1부 리그 선수와 2부 리그 선수들이 대결한다는 것은 말고는 어떤 스토리도 없었다. 감성 영역이 아닌 이성 영역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해외파 선수와 박지성만이 물 위의 기름처럼 버무려졌을 뿐이다. 관계의 역전과 비꼼에서 오는 해학도 없었고 그저 국내파, 해외파 혹은 1부 리그와 2부 리그 등 맹목적인 구도만이 남았다.

오히려 해외파만 섭외하면 흥행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성공을 거뒀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올스타전을 준비한 연맹관계자도, 올스타전을 이끈 감독도, 함께 뛴 선수도 올해 흥행 참패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연맹관계자는 "조금 더 노력하지 않으면 팬들도 싸들하게 외면한다는 것을 이번을 계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의 경험을 빌어 한층 더 성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팀 클래식을 이끈 최용수(40) 감독은 경기 후 "프로스포츠가 여론의 관심을 못받고 있다는 부분이 심각한 위기인 것 같다"며 "이런 위기를 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내년에는 많은 팬들과 큰 잔치를 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김남일(36·인천)은 "썰렁한 관중석을 보고 굉장히 아쉬웠다. 선수들과 관계자들 모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성들을 바탕으로 내년 올스타전은 팬도 즐겁고 주인공들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수 있는 올스타전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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