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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 지도자의 전성시대
[칼럼] 여성 지도자의 전성시대
  • 나는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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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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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최근 들어 일류국가라고 하는 우리나라에 여성을 비하하는 말들이 정치권에서 튀어나와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일이 잦다.

아무리 윤리, 도덕, 법치가 어지러워졌고 믿거나 말거나 막말과 막가파 세상이라고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상대방 인신공격 자료가 부족해서인지 몰라도 이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현대국가 중에서 일류를 향해 달리는 선진국이고, 아직 유교 사상도 남아있는 나라다. 얼마 전에는 모 야당 의원이 여당 대선 후보를 '년' 운운해 물의를 일으키고 또 다른 이는 믿거나 말거나 사생활 자격을 논하더니 이번에는 연세대의 황 모 교수가 생식기만 여자 운운하는 발언을 하고 같은 대학 출신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위원장이 모교까지 가서 황 교수의 처벌을 요구하는 일이 생겼다. 내가 만난 사람 모두가 그같은 발언은 상식 이하라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18세기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을 가진 정치꾼이 있는 것인가? 또 6·25전쟁때 나라를 지켜낸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역적이라고 발언한 국회의원도 있다. 그는 6·25전쟁 때 나라를 지키는 일에 참여하고서 그같은 말을 하는지? 참전용사들이 목숨을 버리고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면 아마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에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Populism· 대중인기영합주의)이었다면 잘못된 것이다. 국민은 국민복지와 경제성장, 국가보존을 위한 실천 가능한 정책 대결을 보고 싶지 실제로 매일같이 보게 되는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인) 운동은 국민을 역겹게 할 따름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올 봄에 영국의 재상 마가렛 대처에 관한 '철의 여인(The Iron Lady, 주연 메릴 스트립)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일본의 산케이신문에 앙겔라 D. 메르켈 독일 총리, 줄리아 E. 길라드 호주 총리, 크리스틴 라가라드 IMF 총재,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바상대책위원장(당시)의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보고 여성 지도자의 출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마가렛 대처는 영국의 고질병인 노조 문제를 정리하고 경제 재건을 하고 1982년 4월 포클랜드섬 문제로 아르헨티나와 영토 분쟁이 터졌을 때, 항공모함을 보내 승전으로 이끌었다. 그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성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이 되었다.

올 런던올림픽에서는 선수 1만 명 중 44.4%가 여자선수였고 204개 참가국 가운데 34개국이 여자선수를 더 많이 파견했다. 미국의 금메달 46개 중 29개가 여자선수가 딴 것이었고 26개 종목 모두 남녀 종목이 있었다.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100% 여성 포함을 자랑했다. 한국도 원래 여자선수들이 더 활약하는 나라로 알려졌고 지금도 여자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IOC는 1981년부터 당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이 여성 IOC 위원을 선출하기 시작했고 부위원장, 위원장 후보까지 나왔다.

필자가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때 IOC 주최로 1996년 IOC생활체육총회(Sports for all Congress)가 서울에서 열렸다. 갑자기 사마란치 위원장이 집으로 국제전화를 걸어와 병원에서는 아무 탈이 없다는데 등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올 수가 없다는 난감한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 와서 한방치료를 받으라고 참석을 간청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내 내자(內子)의 말소리가 들렸는지 전화를 바꾸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여자의 직관이 남자보다 낫다고 하면서 결국 나의 내자의 권고로 사마란치 위원장은 결심을 바꾸고 서울총회에 참석하고 국내 병원에서 양한방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일이 있다.

지금 유럽의 금융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두 명은 메르켈 총리와 IMF(국제통화기금)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다. 아시아에도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태국의 잉락 친나왓 총리, 호주의 길라드 총리, 뉴질랜드의 헬렌 엘리자베스 총리, 그리고 브라질의 딜마 라나 로제프 대통령, 코스타리카의 로라 친칠라 대통령, 인도의 프라티바 D. 파틸 대통령, 필리핀의 마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과 마리아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덴마크의 헬렌 T. 슈미트 총리,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트 대통령, 라이베리아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 말라위의 조이스 힐다 반다 대통령, 아일랜드의 매리 로빈슨 전 대통령,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등 여성 국가 수반이나 내각 총리가 현저히 늘고 있다.

대선에 실패는 했지만 대만의 채영문(蔡英文) 총통 후보도 여자고 미국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히며 그의 리더쉽에 대한 기대가 크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미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한다. 물론 미국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까지 세계 문제를 다루는 국무장관이 세 명이나 여자였다. 이번에도 수잔 라이스 UN 대사가 국무장관 물망에 오른다. 대처 수상이 등장했을 때 이제 여성이 리더가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CEO들이 줄을 잇는다. 그중 힐러리 클린턴은 재임 중 세계 112개국을 방문한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강력한 국무장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정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이 있자 텔아비브로 날아가 베냐민 나타냐후 수상을 만나 휴전 조건을 만들고 다음날 이집트의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을 만나 설득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성공적인 국무장관직 수행은 첫 미국 여성 대통령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보다 여자 CEO가 적다. 미국은 인상적이다. 식품업체 크래프트의 CEO 아이린 로젠필드, 뉴욕타임스의 편집인 질 에이브람슨, 최고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국토안보부 장관 자넷 나폴리타노, 미국식품의약국(FDA) 장관 마가렛 A. 햄버그,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메리 샤피로 의장, 디즈니ABC(Disney ABC)의 앤 스위니, 듀폰의 CEO 엘렌 쿨먼, NBC 유니버셜(NBC Universal)의 보니 하머 회장, BOA(Bank of America)의 마가렛 렌 사장, 록펠러재단의 주디스 로딘 사장, 캠벨의 CEO 데니스 모리슨, 하버드대의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 등이 있다. 그 외 국가에도 영국 버버리의 CEO 안젤라 아렌츠, 세계무역기구 마가렛 창 사무총장 등, 셀 수가 없다.

국가가 어려울 때 영웅이 나온다고 한다. 그것도 평범한 사회 속의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아프리카의 평범한 소년이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은 위대한 나라다. 3억 인구가 사니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결국 하나의 미국이고, 거기에는 여당과 야당도 없고 남자·여자,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안계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 나라이며 그래서 위대하다'고 갈파했다.

이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나라가 태반이다. 왜 여성이 지도자로 요구되는지 모 식자에게 물어보았는데 여성은 남성과 달리 덮어놓고 위에서 밑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계급의식이 적어 강한 사람에게 덜 위협을 받으며 순수성과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가짐을 보고 상대의 경계성을 풀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한다. 또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고 있으며 공공성도 배려한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원칙과 소신으로 행동한다. 사무실에 여성 직원이 한 사람 있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밝아지고 한다. 그러한 것이 여성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경제가 혼돈한 지금 여성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돌파구이며, 국민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능력 발휘가 있는 나라가 더 부강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일본도 여성의 힘이 더 발휘되어야 한다고 주요 신문의 사설에 나온다. 며칠 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TV토론회를 보았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국가위기때 단호히 대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육영수 여사 서거 직후 외국유학에서 귀국하자마자 "휴전선은 이상 없습니까?"라고 했던 일과 독도나 국토방위, NLL(북방한계선) 지키기 등에는 양보가 없고 대처 수상의 포클랜드 승전과 메르켈 총리의 유럽 금융위기 구제 주도를 예로 들면서 연평도공격이나 천안함폭침 같은 도발에는 즉각 강력 대응 의지를 보인 것은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과 자질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도 그 정도 민도가 높아졌는지 기대해 본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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