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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시인 시집 《목련꽃 편지》 발간
한희정 시인 시집 《목련꽃 편지》 발간
  • 서보기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6.1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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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슬픔을 호명하며
정갈한 정형률에 담다
한희정 시인 시집 《목련꽃 편지》 표지
▲ 한희정 시인 시집 《목련꽃 편지》 표지 ⓒ뉴스라인제주

한희정 시인의 신작 시집 <목련꽃 편지>가 발간됐다.

이번 시집은 총 5부에 걸쳐 71편의 시조를 실고 있다.

이송희 시인은 해설에서 “한희정 시인은 시집 『목련꽃 편지』를 통해 ‘제주’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슬픔과 트라우마를 해후하고 공유한다. 그것은 제주4·3이라는 민족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어,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정서 표현의 방식으로도 드러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 시집에서는 제주의 곳곳을 호명하며 그에 담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가족과 부모, 벗과 지인에서부터 공간에 깃들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난한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저문 이들에게까지, 시인의 호명은 제주의 깊은 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때로는 애잔한 슬픔으로, 때로는 격정과 분노의 목소리로, 수만의 감정이 깃든 이야기들이 정갈한 정형률에 담겨 전해진다. 시조라는 형식에 담긴 압축미와 중심을 꿰뚫는 정수의 시어가 돋보이는 시집이다.

함힂어 시인은 서귀포 출생으로 2005년 《시조21》 등단했고, 시집으로 『굿모닝 강아지풀』, 『꽃을 줍는 13월』, 『그래 지금은 사랑이야』, 현대시조100인시선집 『도시의 가을 한 잎』 등이 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국제시조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그루 刊 값 10,000원
 

목련꽃 편지
 

인편도 우편도 아닌, 홀연히 온 봄소식
늦잠결 초인종 소리, 눈 비비며 찾아온
앞마당
목련나무가
편지 한 장 들고서

바람결 사십 년 전 편지 한 통 따라 왔네
무심코 연 팔레트에 열두 색깔 꽃이 피듯
아버지
한 글자 한 글자
몽글몽글 꽃이었지

외로움이 깊을수록 꽃은 더욱 환했네
자취방 창호 문에 우련 비친 섬 하나
초승달
꽃 이파리에다
안부 묻던 그 봄밤

마늘밭 뻐꾹 소리

해풍에 젖고 마르는
알뜨르 마늘밭에

싹둑 잘린 마늘 대궁
햇볕 아래 누워 있네

줄줄이 사월의 현장,
뻐꾸기 울음 우네

견실했던 생애만큼 말수 없던 할머니,
뒷마당 조부님 묘 이장하던 그날처럼
목이 쉰 호곡소리가 환청인 듯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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