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4:51 (토)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5) 제주돌문화 공원은 몽유도원도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5) 제주돌문화 공원은 몽유도원도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0.0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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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10월의 첫 출발이 좋다. 몇 번이나 가보자고 마음 졸이던 '제주돌문화 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가을 햇살 눈부시고 새하얀 억새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동부산업도로를 따라 휘파람 불며 달렸다.

제주돌문화공원은 한라산 영실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를 중심 주제로, 제주의 형성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문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이다. 한 마디로 제주를 알고자 하면 제주돌문화공원으로 가면 된다.

더군다나 설문대할망 전시관 완공과 오백장군 갤러리에서 '2021  작가미술장터'가 열린다니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제주도돌문화공원 개원 15주년과 사업 완공 기념해 '돌문화에서 조상의 삶의 애환과 지혜를 찾자'라는 주제로, 테마공원 주제는 '돌, 흙, 나무, 쇠, 물'의 5가지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화 속으로의 여행이요 제주인을 찾는 순례이기도 하다.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또 하나, 돌문화공원을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자는 취지로 '돌문화공원 야외전시물 디자인 공모전'과 해를 품은 石에 글을 담자는 취지로 '돌문화공원 디카詩 공모전'이 열리고 있으니 완전 '뀡 먹고 알 먹고'다.

입구부터 돌 향기가 풀풀 난다. 안으로 들어서면 넓고 웅장한 대지가 제주도를 축소한 느낌이 들 정도다.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끼리 간 자리인지라 우리는 한 시에 출발하여 저녁 여섯 시까지 구석구석 탐색하며 일초도 낭비할 새 없이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팜플릿에 30가지 코스가 있었는데 착한 학생들처럼 코스대로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과 사방에 거느린 오름들이 우리를 껴안아주는 듯 포근하다. 가을의 여왕 억새, 연못들, 세월을 말해주는 이끼 낀 돌들, 수명이 오랜 나무들, 온갖 야생화들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 하게 한다.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그리고 정겨운 제주 초가집들, 고마운 돌하르방, 방사탑, 돌 민속품들 어느 것 하나 무심할 수 없는 제주의 가치들이었다. 제주인의 자부심을 느끼긴 처음이다. 이런 방대한 제주 문화의 현장 앞에서 누가 가슴 뜨겁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나는 '하늘정원'에 들어갔을 때 가장 황홀하였다. 바다에 익숙한 제주사람이면서도 '물'은 언제나 두렵게 다가온다. 고전 '심청전'에서도 그렇고 '이어도 전설'에서 그렇고, '설문대할망 신화'에서도 그렇다. 물은 죽음과 직결되기에.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나는 해녀가 되기도 했고 심청이가 되기도 했으며 설문대할망이 되기도 했다. 물과 결투하는 기분이랄까. 미끌미끌, 흔들흔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면서 혹은 중첩되면서 나는 물 속에서 하늘로 오르는 기분이었다.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딸이었다.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지만 보라, 지금 2021년에도 사방에 존재한다.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정정하겠다. 물은 죽음을 상징하면서도 부활이요 영원이요 상생이다. 하늘정원에서 나는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처럼 날개 달린 신이 되었다가 가장 슬픈 형상의 인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물 속에서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만끽했다.

그리고 연이어 연못이 있어 잠시 발걸음 멈추었다. 수련과 물양귀비가 부유하고 그 아래로 금붕어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방사탑 길 거니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새소리가 정답게 들려왔다.
"저 새소리를 녹음하세요. 저 새들의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자만이 시인이 될 수 있어요!"
하면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그 길가에 핀 개여뀌와 이삭여뀌, 며느리밑씻개와 한라돌쩌귀 등에 대한 야생화 이야기꽃 피우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마지막으로 오백장군갤러리에 들러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는 노을이 물드는 그곳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몽유도원도가 떠올랐다. 안평대군이 꿈을 꾸었다. 꿈 속에 기암절벽, 구불구불한 냇가, 조각배 한 척, 복숭아 나무숲, 붉은 노을, 대나무 숲, 초가집이 있는 곳에서 노닐었다. 그곳이 도원임을 깨닫고, 꿈에서 깨어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그 그림이 '몽유도원도'이며 왼편에는 현실세계를, 오른편에는 도원세계를 그렸던 것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을 다녀온 후 잠시 꿈을 꾼 것 같다. 우리는 잠시 환상의 세계에 젖어 코로나에 지친 우리를 위로했다. 아직도 가슴 속 깊이 돌 향기, 바람 향기, 억새 향기, 제주 향기가 가득하다.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제주돌문화 공원
▲ 제주돌문화 공원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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