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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포토 에세이](24) 산천단 곰솔나무처럼
[양순진의 포토 에세이](24) 산천단 곰솔나무처럼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0.02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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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서귀포 가는 길엔 반드시 산천단을 들른다. 한라산신께, 혹은 곰솔나무에게, 그리고 바람카페에게도 안부 전하며. 한때 아라동은 결혼 후 처음 장만한 보금자리가 있던 동네이고, 산천단은 내게 사색의 공간이었고 휴식의 장소였으며 힐링의 공간이었다. '바람 카페'가 생기기 전 '필연'이라는 갤러리 카페였을 때부터 자주 찾던 나만의 피난처였다. 조용해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매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서귀포로 향하는 토요일인 오늘은 '한라산신제 봉행'이라는 플랜카드가 펄럭이고 있어 바쁜 일정 무시하고 산천단 내부로 직행했다. 한라산신제가 열리고 있다면 잠시 절이라고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입구엔 대나무가 빽빽하고 들어서는 길 바닥엔 야생화들 빼꼼거린다.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그러나 빈 천막뿐이다. 어떤 사람은 방역 중이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코로나로 모든 일정이 취소 되었다고 한다. 3일까지 출입금지다.

한라산신제는 탐라국에서 비롯되었고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 원년(1470)에는 이약동 목사가 한라산 정상에서 산천단으로 옮겨와서 거행하였다. 1908년 일제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광복 이후 부활되었고 2009년부터 아라동에서 한라산신제를 계승해 봉행하고 있다.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한라산신은 누구인가. 많은 역사 자료에 의하면 탐라국과 탐라 백성의 안위를 지켜주고 전염병에서 건강을 지켜주는 신이다. 풍재, 수재, 한재도 막아주고 축산 번영과 농사의 풍요를가져다 주는 신이다. 그러나 어찌하나, 더 간절히 제를 지내야할 시기에 코로나가 또 이 행사까지 막아버리고 있다.

나는 천천히 곰솔나무 곁으로 다가갔다. 제주 산천단 곰솔군은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 160호로 지정 되었다. 처음엔 아홉 그루였으나, 1965년 벼락을 맞아 한 그루가 고사되었고 현재는 여덟 그루가 있다. 600년이 넘어 제주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크다는 곰솔나무, 벼락을 막는 설치를 하고 있다지만 풍해로 많이 기울어져서 지짓대로 견디고 있다.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곰솔은 높게 자라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흔히 해송, 검솔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무 껍질이 검은 빛을 띤다 하여 흑송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인지 산천단에 들어설 때면 웅장한 어둠이 드리워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곰솔나무 부근에는 예덕나무, 머귀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뽕나무 등도 함께 존속하며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그 나무들 사이 사이에는 개여뀌, 이삭여뀌, 배풍등, 푸른 달개비, 소리쟁이 등 야생화들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사람들은 없는데 검은 고양이 두 마리 산천단 벤치에 찾아들었다. 혹여 둘이서 우리 대신 제를 지내려 함일까? 바람 카페에도 사람들은 없다. 바람 카페 뒤로 원뿔 모양의 소산 오름이 솟아 있다.

한라산신제 올리는 가을 날, 곰솔나무 아래에서 세월과 역사를 읽으며 잠시 시간을 멈춰 선다. 그 어떤 풍해에도 견디며 제 자리를 지키는 곰솔나무처럼 오늘을 견뎌내자. 산천단에서 모든 이들이 코로나로부터 회복되기를 마음으로 기도하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가을색으로 물드는 서귀포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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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아라동 산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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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 산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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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 산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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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 산천단
▲ 아라동 산천단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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