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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신의 벌랑포구](28) 도반(道伴)
[김항신의 벌랑포구](28) 도반(道伴)
  • 김항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9.1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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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시인

도반(道伴) 
 
이상국
 ​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에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창비시선, 2021.
 

이상국 시인
▲ 이상국 시인 ⓒ뉴스라인제주

<이상국 시인>

1946~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 《동해별곡》,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시선집 : 《국수가 먹고 싶다》
문학자전 : 《국수》
동시집 : 《땅콩은 방이 두 개다》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박제삼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수상.
(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역임.
 

김항신 시인3.jpg
▲ 김항신 시인3.jpg ⓒ뉴스라인제주

이 시를 읽다 보면 그때 그 생각이
나네요.
지난해 가을학기 구좌 중앙초교에갔다가 수업 마치고 갔던 곳 평생 이곳에 살면서도 가보지 못했던
월정리 해변에 그야말로 혼자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국적인 배경 구경하다 중국집으로 들어가
나에게 자장면 사주던 생각하게 하는 이런
걸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할까요.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은 적 있었지요.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그런 날 말입니다.

그래도 나에게 선생님처럼
내가 있어 그곳에 가 자장면 사줄 수 있어서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글 김항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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