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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포토에세이](22)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순비기꽃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2)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순비기꽃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9.10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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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올 여름은 해수욕장을 단 한번도 가지 못 했다. 바쁘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불안해서다.
바쁘다 보면 실수와 착오와 후회를 낳는다. 8월 마지막 수요일에도 그랬다. 삼양에 집을 사서 이사한 친구 집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어 새벽부터 뇌리에 되뇌이면서 준비하고는 삼양으로 달렸다.
띵똥. 응답이 없다. 이상해서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다음 주 수요일이 약속한 날이란다. 이 어처구니 없음이란!

오후 수업 전이라 두 시간쯤 여유가 있다. 그냥 가기엔 아깝다. 삼양신석기유적지로 갈까 망설이다가 삼양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다를 보기로 했다. 왜 나는 일부러 떠나는 여행보다 피치못할 연유로 우연이 운명처럼 떠나는 경우가 잦을까.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여름의 끝에 와서 삼양해수욕장에 다다르자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확 트인다. 아무도 없겠지, 생각했는데 서핑 즐기는 사람들이 몇 있다.
'개인용 텐트, 천막, 파라솔 설치 금지'라는 플랜카드가 검은 모래해변에 걸려 있었다. 플랜카드 속 돌하르방은 마스크 낀 채 제주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변엔 오직 검은 모래 뿐이었다.

하늘은 비 올 듯 검프레했다. 그러나 바다는 푸르고 파도는 하얀뱀처럼 출렁인다. 바다는 언제나 모든 걸 비우게 한다. 이생진의 시 '바다에 오는 이유'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에 오는 이유는 그랬다. 어제를 비우고 내일을 꿈꾸게 했다. 지나고 보면 비워내는 것이 오히려 얻는 것이고 욕심 버리는 즈음엔 꼭 꿈에 닿게 했다.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걷자, 걷자, 걷자! 양산 대신 우산 들고 홀로 검은 모래 해변을 걸었다. 아니나다를까,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저만치 정자가 보인다. 부지런히 걷는데 바닷가 돌담 가득 덩굴 식물이 보였다. 등굽어 자세히 보니 보랏빛 순비기다. 제주도 바닷가엔 어디든 자생하는 해녀 꽃. 올해는 처음 본다.
가던 길 멈추고 순비기 꽃망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멍 같기도 하고 어머니 얼굴 같기도 하고 첫사랑 뒷모습 같기도 하다. 비 탓일까, 이유 없는 슬픔이 목에 차오른다.
옆에는 다른 종류의 식물이 돌담에 얽혀져 있다. 멀리서 보면 산딸기가 빠알갛게 익은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썬로즈다. 보랏빛 순비기와 붉은 썬로즈가 비에 젖은 채 바다와 마주 서 있다.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꽈배기처럼 얽히게 놓여진 돌담 밟고 올라가 비를 피했다. 또 생각지 않게 만난 시비(詩碑)가 세워진 공원!  오영호, 정인수, 이시향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다. 시가 있는 삼양해수욕장, 훨씬 운치가 있어 보인다.

비가 그칠 때까지 의자에 앉아 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이 있었기에 순비기꽃도 만났고, 바다에 왔기에 올 여름을 다 정리하고 간다.
순비기 꽃말이 '그리움'인 건 어쩔 수 없다. 바다에 사는 한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움이 파도쳐올 테니까. 우리네 삶도 그리움 그 자체인 것처럼. [글 양순진 시인]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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