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향진 전 제주대총장이 9월 9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지난 8월초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허향진 도당위원장직무대행 임명의건이 보류되면서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지만, 끝내 제주도당을 장악(?)한 것이다. 허향진 신임 도당위원장직무대행은 임명되기 전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인재를 널리 구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었다. 그 의욕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많은 제주도당 당원들이 허향진 전 제주대총장이 도당위원장직무대행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 후원회장을 지냈다는 경력 때문이었다. 여기에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이 원희룡 도지사의 대리인이어서 제주도당이 원희룡 지사의 사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들과 관련하여 허향진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은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들과 도민들에게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극복의 대상인가, 비판의 대상일 뿐인가?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은 문재인대통령의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야 위원으로 활동도 했다. 만약 국민의힘에 의한 정권교체를 주장한다면, 지난 시기 송재호 국회의원 후원회장을 하면서 가졌던 문재인정부에 대한 입장과는 어떻게 다른가? 지난 7월 중순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은 온라인으로 슬그머니 입당했다. 입당을 하면서 당연히 밝혔어야 할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재호 국회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을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것도 송재호 국회의원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송재호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노력했던 것에 견주어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송재호 국회의원이 애초 기대에 못 미쳐서 다음 총선에서는 교체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가? 아니면 인간적 인연 때문에 총선에서만큼은 묵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들은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질문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만약 내년 제주지역에서 생길 수도 있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와 관련된 것이다. 도내 정가에서는 ‘이번 도당위원장직무대행과 당협위원장 임명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명중에서 1명이 더불어민주당의 도지사후보가 되는 경우, 도지사 선거와 함께 동시에 치러질 제주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원희룡 지사가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크게 얻어가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답변을 회피하다가 원희룡 지사 국회의원 출마 추대 운동이라도 벌인다면, 매우 험악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허향진 신임 도당위원장직무대행은 도당 당원들의 선출에 의해 뽑힌 것이 아니다. 중앙당의 낙하산 인사이다. 정통성이 매우 약하다. 허 신임 위원장직무대행이 정통성이 약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원들이 궁금해하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회피해선 안 된다. 허향진은 문재인·송재호·원희룡 등과 관련한 질문들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면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도당 당원들에 대한 예의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양대영 기자 news@newslinejeju.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