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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포토에세이](21)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1)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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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가끔 위미가 그리울 때가 있다. 가까이 있는데도 그리운 고향처럼. 위미는 감귤, 동백수목원, 카페 서연의 집으로 많이 알려진 서귀포 남원읍에 있는 마을이다. 단짝 친구가 시집을 간 곳이라 간간이 드나들던 마을이고, 영화 '건축학개론' 때문에 카페 '서연의 집'을 좋아했다. 또 무슨 인연인지 딸이 또 위미에 시집을 갔다. 그러니 그리울 수밖에. 아련할밖에.

올레길 5코스의 출발점 남원포구에서 쇠소깍 사이에 있는 위미라는 마을에 들어서면 저절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울창한 나무들, 여기 저기 들어선 예쁜 카페들, 맛집들, 펜션들, 바다 향기 등 여행지에서 느끼는 환상적 기분까지 젖어들게하고 마냥 들뜨게 만들어 버린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숨겨진 비경을 품고 있는 위미항에 들어서면 다시 한 번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저 자그만 마을 포구려니 생각하면 안 된다. 푯말 따라 들어서면 확 트인 바다, 뒤편에 딱 버티고 있는 한라산, 정박해 있는 많은 배들, 등대, 멀리 보이는 저 지귀도, 신기한 기암석들이 웅장하게 서 있는 용천수 연못까지 보유한 3대 미항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위미항은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한 연근해 어업의 근거지인 국가어항이다. 낚시로도 유명한데 벵에돔, 독가시치, 돌돔,  흰오징어, 다금바리, 대부시리도 낚을 수 있다고 한다. 휘이 둘러보니 활어회 센터도 있고 제주 요트투어, 배낚시 체험도 할 수 있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위미항에는 바다와 구분된 연못에 신기한 형상의 바위들이 여럿 있다. 화산활동으로 탄생하게 된 화산섬 제주의 위암 거석들이다. 그 장소가 바로 '좌배머들코지'다. 조배모들코지, 자배모들코지라 불리기도 한다. 조배낭(구실잣밤나무)과 머들(돌동산)이 있는 코지(바닷가 쪽으로 돌출되어 나와 있는 땅)라는 뜻이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갖가지 형상이다. 높이 21m가 넘는 거암 괴석들은 용이 비상하는 형상인 비룡형, 붓처럼 뾰족하게 모여 있는 형태인 문필봉형으로 보인다. 이곳엔 신비한 이야기가 전한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일제강점기 때 일이다. 어느 일본인 풍수지리학자가 한라산 정기가 모아진 기암들을 보고 위미리에 위대한 인물이 대를 이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는 이를 없애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당시 마을에 세력이 좋았던 김씨 집을 찾아가선 저 기암기석이 이 집을 향하여 총을 겨누고 있는 형세로 가세를 누르고 있으니 가문이 번창하려면 파괴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인 풍수지리학자의 말에 속아 폭파했는데 거석 밑에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이무기가 붉은 피를 뿜으며 죽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위미리에는 큰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이 나왔는데도 좌절하거나 단명했다고 한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이에 1997년부터 복원하였는데 한 해에  세 명이 사법고시에 붙는 경사가 있었다. 폭파 전에는 지금의 두 배가 넘었다고 한다.

주변에는 데크 산책로가 있다. 그곳은 세 번이나 가게 되었다. <활어회 센터>에서 딸이 좋아하는 싱싱한 한치와 광어회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갔다가 소중한 보물을 만난 것이다. 설화가 살아 숨쉬는 '좌배머들코지'를 말이다. 첫날엔 용 형상의 바위들에 반했고, 둘쨋 날은 데크 산책로에 피어있는 노란 무궁화인 황근에 반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갔을 때 연못 속 물고기들에게 반했다. 연못을 정리하지 않아 쓰레기로 가득했지만 그곳에 있던 관광객들과 나는 보았다.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관광객들은 아기상어라고 했다. 그리고 물가에 자생하는 수생식물들도 보았다. 그만큼 조금만 잘 가꾸면 지금보다 더 유명해질 희망이 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또 희한한 건 위미항에서 바라보는 설문대할망 설화 속 지귀도이다. 지금껏 보목리에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주소지가 보목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위미리 주소지다.

그리고 1937년에 서정주 시인이 6개월 정도 이 섬에 머물렀는데 '고을나의 딸', '제주도의 한여름', '정오의 언덕' 등 10여편의 시를 남겼다. 그때는 무인도가 아니라 10여 가구가 사는 유인도였다고 한다. 좌배머들코지를 복원한 탓일까. 현재 위미에는 우리나라 시조의 대가 고정국 님과 오승철 님이 비룡처럼 활동 중이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위미항에서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건 <활어회 센터>에서 갓 손질한 한치와 광어회 맛이다. 위미 바다를 떠돌다 고이 모셔온 그들에게는 바다 냄새와 항구 냄새와 자유 냄새가 뒤섞인 푸근한 맛이 혀를 마비 시킨다.
언젠가는 좌배머들코지 비룡암석들이 포효하며 하늘 날고, 그 연못엔 물고기는 물론 상어와 고래까지도 드나드는 세계항이 되길 기원한다.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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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미항 좌배머들코지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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