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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포토에세이](20) 위미리 북타임 서점의 체리 세이지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0) 위미리 북타임 서점의 체리 세이지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8.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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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코로나로 손발이 묶인 8월, 위미항 한치가 그리워 위미항으로 달리는데 책 읽는 얼룩말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삐이익, 급정거하고 차에서 내렸다. '북타임 서점'이다. 외형이 심상치 않다. 다양한 꽃들과 간판과 벽화가 화려하고 색감적이다.

멀리서 본 실내의 책과 등의 반짝거림이 얼른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들어가면 책과 분위기에 빠져 한두 시간은 머물러야하는 성미라 일단 다음으로 미뤘다. 선약이 있는 터라, 그것도 많이 늦은 상태라 얼른 들어갈 수 없다. 더군다나 딸 집에 간다고 정갈한 차림새도 아니고 헝클어진 모습이라 누군가 앞에 서기는 민밍한 상태다.

그러나 밖에서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가 온 후의 오후 풍경이라 식물마다 물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방울토마토, 하루초, 촛불맨드라미, 천일홍, 란타나 등 다양한 꽃들을 심은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서점 안에는 어떤 류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이런 예쁜 서점의 손님들은 어떤 취향일까, 마구마구 궁금해진다.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특히나 돌담 안이 아닌 돌담 밖에 아무나 따먹어도 된다는 듯 심어놓은 방울토마토, 빠알갛게 익었는데도 그대로 둔 그 배려,  분명 너그러운 심성의 주인일 것이다. 하루초도 한 가지 색이 아닌 분홍색과 하얀색을 나란히 심었다. 하루만에 져버리는 꽃이지만 무료하게 바라보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살금살금 건물 내로 들어가니 촛불맨드라미가 붉은 등을 켰다. 실외등은 필요없겠다. 이렇게 환하니. 그 옆에 천일홍도 피었다. 백일동안 피는 백일홍보다 천일동안 피는 천일홍을 선택한 이유도 알 것 같다. 란타나도 피어 있다. 수국처럼 일곱 번 색을 바꾸는 신비한 꽃, 남들은 변덕쟁이라 놀릴 수도 있지만 나는 반대 의견이다. 일곱 번이나 변화할 수 있는 내성력을 우대한다.

서점의 정원 안에 가장 많이 피어 있는 꽃, 내 마음을 사로잡은 꽃은 체리 세이지다. 돌담 밖에도 돌담 안 마당 정원에도 넉넉하게 핀 꽃, 이 꽃만 보면 그저 웃고 싶어진다. 꿀풀과 다년초인 이 꽃은 체리향 나는 허브의 일종이며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고 꽃말도 '정열의 입술'이다.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종류도 많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붉은색이 체리 세이지, 붉은색과 하얀색 투톤인 것은 핫립 세이지다. 그리고 클라라, 파인애플, 블루, 골드, 핑크, 페인티드, 라벤더와 비슷한 러시안 세이지도 있다. 꽃이나 잎, 꽃대로 오일, 차, 요리, 향신료, 포푸리 등을 만들어 건강, 미덕,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얼마나 유용했으면 '영원히 살고 싶은 자는 5월에 체리 세이지를 꼭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5월에 피기 시작하여 1년 내내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행운일까. 이번 오일장엔 꼭 꽃시장에  가서 체리 세이지 한 그루 사야겠다. 내게 왔던자스민처럼, 사랑초처럼 나에게 기쁨을 줄 듯 하다.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8월인 지금도 풍성하게 피어 있는 북타임 서점의 체리 세이지, 분명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이 꽃향기 찾아 손님들이 우글우글 몰려들어 책들이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 그러면 주인의 얼굴에도 입술에도 미소가 머금으리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악 나서려는데 눈에 잡힌 안내판 문구도 정겹다. '열어요- 오전 10시, 닫아요- 저녁 8시, 쉬어요-매주 월'.그대로 가슴 속에 내려와 새겨진다.

코로나 4단계인 8월 29일이 지나면, 가을이 물씬 다가서는 9월이 오면 꼭 다시 들를 것을 체리 세이지에게 약속하며 조심스레 발길을 돌렸다. 지붕 위에서 책 읽고 있는 얼룩말에게도 다음엔 함께 책 읽자고 굳게 기약했다. 위미리 북타임 서점엔 주인보다 꽃들이, 얼룩말이 손님을 끈다.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위미리 북타임 서점
▲ 위미리 북타임 서점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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