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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포토에세이](19)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9)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 양순징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8.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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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는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저지오름, 환상숲, 곶자왈, 예술인마을, 현대미술관 등 선뜻 나서지 못하고 귀에만 맴맴거렸었다.
때마침 친구가 저지에 카페를 열었다기에 이때다 싶었다. 밴드에 올라온 노란집, 무조건 노란집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고흐의 노란집을 상상하며. 노란색은 눈에 잘 띄니까.

무릉에서 산양, 산양에서 오설록 길로 가던 퇴근길, '저지' 방향으로 틀었다. 또 신세계다. 제주사람이면서도 처음 들어선  낯선 길, 가도가도 푸른 숲이다. 그리고 아담하면서 정겨운 중산간 마을들이 펼쳐진다. 산양 옹기가마터 지나자 월광리, 월광리 지나자 청수리, 청수리 지나자 평화동, 평화동 지나자 명리동, 명리동 지나자 비로소 저지리의 품에 안긴다. 마을 이름만으로도 그 마을을 다 여행한 느낌이다.

중간 중간 내려서 풍경을 찍는데 사막에 던져진 것 같은 태양의 열기가 숨통을 막는다. 그토록 가고 싶던 '환상숲'이 지나치고 '생각하는 정원'을 지나친다. 또 예전에 유일하게 가보았던 곳, 저지의 예쁜 까페 '오월의 꽃'을 지나치는데 '옛날 아우내 순대' 뉴저지점으로 바뀌었다. 뉴저지점, 기발한 이름이다 생각하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에 들어서자 역시 바로 눈에 띈다. 주황에 가까운 노란집, 귤빛에 가까운 노란집 카페 '새로'! 사실 귤철이 오면 귤을 팔던 '새로나 농원'이었다. 비수기를 틈타 영국에 유학 마치고 돌아온 딸의 아이디어로 '새로 카페'로 변신한 것이다.

  카페로 들어서자 친구와 딸이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 동창회 회장이 먼저 와 있다. 코로나로 모임도 야유회도 못 간 터라 반가웠다. 신도리 여자들끼리 멋진 한순간도 컷! 카페의 외형도 그렇지만 내부 또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소박하다. 특이한 건 영국 유학 다녀온 눈이라 서양적 디자인으로 치부할 것 같지만 아주 한국적이며 제주적이다. 한국의 고가구들을 배치했다는 것이 여느 카페와 다르다.

그리고 가장 자랑할만한 점은 앞으로는 한라산, 뒤로는 저지 오름이 탁 버티고 있는 명당 자리라는 것이다.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저지오름의 숲향이 올곧이 내려온다.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마치 수채화 한 폭 같다. 고흐의 '노란집'은 명화로만 남았지만 '새로카페'는 생생하게 실존하는 노란집인 것이다.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손재주 많다는 딸이 빵 만드는 기술까지 취득해 빵도 함께 판매한다. 청귤스콘, 녹차스콘, 마들렌 등 역시 제주적인 것을 가미했다. 계절주스인 수박주스 또한 아주 싱싱하고 붉고 달고 시원하다. 멋진 풍경에 매료되고 커피와 주스와 차와 빵 맛에 반해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중산간 여러 마을을 거쳐오면서 특이하고 멋진 많은 카페를 지나쳐왔다. 제주에 얼마나 많은 카페가 들어섰는지 다 아는 현실이다.

그러나 남편의 고향 저지에,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저지오름 아래, 딸과 함께 시작한 친구의 카페는 화려하기보다는 제주적이어서 특별하고, 허황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이고 정감이 가서 각별하다. 친구의 성격을 말하는 카페다. 이제 귤철이 오면 본인의 과수원에서 직접 재배하는 귤도 판매할 예정이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누구든 저지에 가면 노란집 '새로카페'에 들러 여행자의 노독을 풀어보라. 주인의 따스한 웃음과 정겨운 사투리와 오름 풍경과 커피와 빵이 섞인 최고의 행복을 선사 받을 것이다. 고흐의 희망이었던 노란집, 친구의 희망인 노란집, 귤처럼 익어갈 노란집, 저지의 명소가 될 노란집!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노란집에 있는 자신의 방 모습을 그린 그림을 색을 섞어 설명하는데 인상적이다. 중요한 대목은 '이 그림을 보면 누구나 다 머리를 쉬고 상상력을 쉬도록 그리고 싶다.'라는 남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다. 친구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새로 카페에 오면 누구나 다 머리를 쉬고 고단한 삶을 쉬도록 대우하고 싶다.'라고.

돌아오면서도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 노란집에 걸린 붉은 태양이.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 딸과 함께하는 친구의 행복한 미소가. 고향에서 함께 누리는 가족애가 눈부셨다. 누구나 꿈꾸는 미래의 자화상이 아닐까.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 저지오름이 보이는 귤빛 노란집 'SAERO카페'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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