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1:23 (금)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8) 산양리 알동네 자연 해설서, 예술곶 산양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8) 산양리 알동네 자연 해설서, 예술곶 산양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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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봄부터 여름 내내 산양리를 지나쳤다. 접시꽃 만발한 산양리 알동네 정거장에 앉아 나는 얼마나 귀한 평화를 누렸던가. 출근만 아니었다면 하루종일 거닐고 싶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내 고향과 근접한 곳이고 작은 올케의 고향이라 친숙한 곳이었지만 직접 돌아다니거나 마을의 정취를 맛보진 못했던 터라, 세월이 흐른 뒤 지나치게 되었을 때, 정말 낯설지만 아름다워서 몇 번이고 숨죽여 탄성을 질렀다.

산양곶자왈, 백로가 머물던 연못, 얼음궁전, 여뀌못, 예술곶 산양 등등 너무나 궁금했다. 탐방하고 싶어 마음 동동 구르면서도 정작 출근과 퇴근하느라 어느 한 곳도 내 눈과 마음에 담지 못했다. 지나치면서 그리움만 품은 채 돌고 돌았을 뿐이다.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아마 산양에 대해선 1부, 2부, 3부까지 쓰게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추억을 새기기도 했고 매번 마을의 풍경에 매료 되었으면서도 끄적거리다가 쓸 기회를 놓쳐버렸다. 특히나 올레길 모습도 옛날 그 정취 그대로이고 집집마다 문패가 특이하고 예쁜 꽃문양이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독하게 마음 먹고 예술곶 산양으로 직행했다. 산양리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산양 예술곶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전시회를 좋아하는 나 또한 이곳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플랜카드를 보지 못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아예 눈독도 들이지 못 했을 것이다.

산양국민학교에 만들어진 산양 예술곶, 뜨거운 햇살이 운동장을 집어삼킬 듯 내리쬐고 있다. 세월을 말하는 뽕나무 다섯 그루와 벚나무 한 그루, 그 그늘에서 잠시 폭염을 식혔다.

그리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전시실로 들어갔다. 왼쪽은 작가들의 작품실로 꾸며져 있고 오른쪽은 작품 전시실이다. 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운동장에 설치된 리혁종의 작품 '브리즈 소사이어티>는 이미 감상하고 온 터다. 태풍에 부러진 나뭇가지, 바닷가에서 수집한 나무줄기, 밭담 그물에 걸려 있는 노루의 두 개 골을 수집한 뒤 완성된 예술품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에 매료되었다. 어떤 신세계가 아니라 흙으로 빚은 도자기, 짚신,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책상에서 고뇌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너무나 익숙한 풍경들이다. 박도연의 '물, 돌, 그리고 바람' 시리즈, 윤정민의 '강아지 산책' 같은 작품들이다. 다양한 작품들은 아니지만 심플하고 소박해서 오히려 더 친근해지고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전시실을 나오자 안내하는 사람이 도자기 커피잔도 선물로 주었다. 코로나로 사람이 뜸하자 이렇게 찾아온 여행객이 고마웠나 보다. 이 전시는 9월 23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전시실을 나와 다시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백일홍, 봉선화, 해바라기 등 꽃도 많았지만 호박, 서양 갈대, 난 등 갖가지 식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책 읽는 소녀 동상은 아직도 남아 있어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부근에는 새신오름이 있고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신화역사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 환상숲곶자왈공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등 찾아갈만한 곳도 많다. 중산간마을로 접어든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 여행처럼 많은 생각과 철학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내가 살아왔으나 잃어버렸던 장소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찾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특히 예술로의 여행은 '예술은 일상생활의 먼지를 영혼에서 씻어낸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현실의 쳇바퀴에 맴도는 지친 영혼의 정화수였다. 예술곶 산양은 자연 속에 있어 더욱 빛나는 안식처이다. '예술은 가장 우수한 자연의 해설서이다.'는 괴테의 말을 증명하는 곳이다. 누구든 자연을 찾아가듯 예술곶 산양에서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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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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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산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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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리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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