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0:57 (화)
[자청비](22) 약해지지마
[자청비](22) 약해지지마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2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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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연속으로 일에 매달렸다.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오는데 갑자기 온몸이 휘청인다. 바로 걷는 것 같은데 바닷게 마냥 자꾸 옆으로만 가는 느낌이 든다. 이러다가 잘못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달래며 침대에 누웠다. 온 집안이 빙글빙글 돈다. 꼼짝없이 내 안에 갇히고 말았다. 손가락 조차 까닥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고통스럽다. 겨우 몸을 추슬러 병원을 찾았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므로 무리할수록 저항력이 저하되어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는다며 경고한다.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살았다. 살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누구라도 그러하듯, 매사에 쓰러질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견딘다.

시야가 흐려지고 잊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며 마냥 드러눕고 싶은 피로가 엄습해 온다. 몸을 너무 가혹하게 다루었다는 증거이다. 마음이 원하는 만큼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몸이 고통스럽다며 통곡하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마음마저 푹 가라앉아 누워 있으니 후회가 밀려온다. 건강을 잃으면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일까, 외부세계에 너무 길들여져 내면이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말끔히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푸른 하늘에 뜬구름, 길게 늘어선 빌딩 숲, 거리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멍 할 때가 있다. 어리석게 살았다는 자책의 늪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것 같은 영혼의 한 조각 의식을 붙잡고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거리에 늘어선 벚나무에선 벚꽃이 휘날리고 들판엔 개나리꽃이 만발하게 피었다. 꽃이 이렇게 예쁜 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멈추면 보인다더니 흐르는 시간 앞에 꽃조차 제대로 감상할 겨를 없이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 가고 있었다.

어지러움증이 동반한 무력감은 기억력마저 감퇴시킨다고 한다. 내가 지금 그 단계인 것일까, 의식 저 밑바닥에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근육은 서서히 줄어들고만 있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사방으로 나를 꽁꽁 묶어 놓을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약해지지마! 곧 괜찮아질거야, 나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크게 아파본 사람만이 건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금 더 많은 사물을 접하며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겠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몸이 반항한다.
젊었을 적의 내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몸은 나에게 삐지기 시작했고
늘그막에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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