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7:02 (화)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7) 고성 항파두리에 핀 해바라기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7) 고성 항파두리에 핀 해바라기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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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칠월에 마악 접어들 무렵, 어느 시인이 '고성 항몽유적지에 해바라기 피었어요!'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꽃소식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백일홍이야 백일 피지만 나머지 꽃들은 화무십일홍이니까. 머뭇거리다간 꽃의 전성기는 놓치고 다 져버린 후 흐트러진 꽃밭을 목격하면 맥빠지니까.

능소화 정원 가기로 한 날, 먼저 고성으로 향했다. 몇 년 전, 그때도 양귀비가 만개했을 때 딸과 갔었다.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마침 양귀비의 전성기여서 붉은 꽃밭에서 붉은 원피스 입고 마음껏 꽃 감정을 마음에 담고 왔었다. 딸과의 행복한 추억으로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다.

이번엔 남편과 동행했다. 휴가의 하루를 함께 계획했기에 첫 코스 지정지였다. 물론 내가 조르고 졸랐다. 삼별초의 난 당시 김통정 장군과 삼별초의 저항하는 모습을  되새기면서도 영화 <해바라기>의 장면을 떠올리며 가슴이 설렜다.
주인공 조반나(소피아 로렌)가 전쟁 후 남편 안토니오를 찾으러 러시아 영토를 떠나는 도중 머물렀던 우크라나이나의 해바라기 꽃밭 풍경을 말이다. 그리고 고흐의 예술적 '해바라기'를 상상하며 기대감을 잔뜩 안고 나섰다.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항파두리길 입구에 서 있는 돌하르방 앞에서 꼭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토성에 다다랐다. 몇몇 사람들이 항몽유적지를 거닐고 있었다.  토성가는 길, 해바라기밭으로 뛰어들었다. 상상에 부풀었던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밭과는 분위기가 달랐지만 노랗게 핀 해바라기 군단이 밭 하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희한한 건 해바라기들이 태양을 향하는 대신 항파두리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삼별초 병사들의 몸짓처럼 애환에 서려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도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했는데 고흐를 좋아하여 해바라기 그림을 즐겨 그렸다. 그의 그림  '해바라기가 있는 정원' 속 해바라기는 평화롭고 잔잔해 보인다. 아마 헤세의 내면이리라.

토성 가는 길에는 코스모스도 피었다. 덤으로 철 이르게 핀 코스모스도 향유했다. 나는 해바라기와 능소화를, 남편은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인생의 노을녘에 함께 꽃구경하며 저물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축복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숱한 시련들은 어느새 꽃향기 속에 녹아버리고 제 2의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면서 다음 생을 향해 스텝을 밟는다.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고성 항파두리
▲ 고성 항파두리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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