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 감상
물방울 변주곡
구름이 깃을 털어 *축을 알리고
바람이 어루만져 튜닝을 하면
드디어 시작되는 오케스트라
이 세상에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_ 김숙자
*축; 제례음악에서 시작을 알리는 악기
<김숙자 시인>
강원도 원주 거주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불가에서 연꽃을 이르는 표현 중에 '처염상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디카시는 연잎 위에 맺혀있는 물방울입니다.
비 오는 날 산책을 하다 연잎 위에 떨어진 빗방울을 만난 시인은 이렇게 언술 합니다.
'구름이 깃을 열어 축을 알리고
바람이 어루만져 튜닝을 하면
드디어 시작되는 오케스트라
이 세상에서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연꽃이 피고 연잎 위에 굴러다니는 빗방울을 보며 시인은 모든 자연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노래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오늘 디카시에서 시인의 마지막 한 줄의 고백은 좀 더 진지하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이것은 이론으로 알아낸 진리가 아니라 비도 바람도 맞아보고 벼랑 앞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깨달음이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알게 모르게 관계로 이어져 있습니다. 나 혼자 내 능력이 뛰어나서 이뤄낸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타자의 수고와 배려가 함께 했음을 알게 됩니다.
가령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내 앞에 오기까지 커피농장의 소년 농부들부터 시간제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지요.
이런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산다면
삶에 대해 겸손 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나도 그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를 묻고 살아도 저토록 귀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요.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