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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목요일](32) 물방울 변주곡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32) 물방울 변주곡
  • 구수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08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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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 시인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 감상

             물방울 변주곡

    구름이 깃을 털어 *축을 알리고
     바람이 어루만져 튜닝을 하면
     드디어 시작되는 오케스트라

                  이 세상에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_ 김숙자

*축; 제례음악에서 시작을 알리는 악기

 

김숙자 시인
▲ 김숙자 시인 ⓒ뉴스라인제주

<김숙자 시인>

강원도 원주 거주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불가에서 연꽃을 이르는 표현 중에 '처염상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디카시는 연잎 위에 맺혀있는 물방울입니다. 

비 오는 날 산책을 하다 연잎 위에 떨어진 빗방울을 만난 시인은 이렇게 언술 합니다. 

'구름이 깃을 열어 축을 알리고 
바람이 어루만져 튜닝을 하면 
드디어 시작되는 오케스트라 

이 세상에서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연꽃이 피고 연잎 위에 굴러다니는 빗방울을 보며 시인은 모든 자연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노래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오늘 디카시에서 시인의 마지막 한 줄의 고백은 좀 더 진지하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
저 혼자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이것은 이론으로 알아낸 진리가 아니라 비도 바람도 맞아보고 벼랑 앞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깨달음이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알게 모르게 관계로 이어져 있습니다. 나 혼자 내 능력이 뛰어나서 이뤄낸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타자의 수고와 배려가 함께 했음을 알게 됩니다.
가령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내 앞에 오기까지 커피농장의 소년 농부들부터 시간제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지요.

이런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산다면 
삶에 대해 겸손 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나도 그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를 묻고 살아도 저토록 귀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요.

[글 구수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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