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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8) 친절 가슴에 물들다
[자청비](18) 친절 가슴에 물들다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01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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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어머니를 뵐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가지 못한다지만 젊으셨을 때 온갖 고생을 한 탓으로 무릎관절이 심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내려오면서 재활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자는 제안을 거절하시곤 집으로 향하였다. 휠체어로 이동하느라고 온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피곤한 상태라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던 차에 재활에 도움을 주는 복지 보조기구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을 통해 어머니의 증상을 말씀 드렸더니 다음날 어머니의 보행에 도움이 되는 워커를 집으로 배달되었다. 순간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전화만 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직원들의 서비스에 감동을 하며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립까지 해 놓았다. 화장실 갈 때는 물론이고 마당에서 워커에 의지하여 걷는 연습을 하다보니 눈에 띄게 회복 되어갔다. 혼자서도 서서히 걸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안심하고 있을 무렵, 평소의 지병인 골다공증으로 또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자주 수술을 해도 괜찮은 걸까, 아무리 큰 태풍에도 거목처럼 우리를 지켰는데, 어느덧 고령이라 너무 외소하고 낯설어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야 했다.

지난번 무릎관절은 서울에서 했지만 이번은 제주대 병원에서 하기로 하고 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이도 수술은 잘 되어 퇴원을 하였지만 또 다시 재활을 위해선 워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주저없이 보조기구 센타에 문의하였다. 고맙게도 환자가 완치 될 때까지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워커를 이용해 반복훈련에 들어갔고 워커 덕분에 호전되어 재활의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한참을 워커에 의지해 걷다보니 무게에 짖눌렸는지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는 거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대여한 상태라서 변상을 하겠다며 보조기구 센터에 전화로 사실을 말했다고 하셨다. 그랬더니 염려하지 말라며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담당직원이 찾아와 수리해 놓고 갔다.

그렇게 1년이 지나는 동안 어머니의 증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혈색도 좋아지고 혼자서도 거동은 물론 많이 회복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2년 사이에 양쪽 고관절은 물론 두 다리를 모두 수술을 하고도 이렇게 빨리 회복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모든게 어머니의 정신력과 의지력이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수발해준 복지사의 도움이 컸다.

시간을 내어 보조기구센터를 찾았다. 환자들의 증상에 따라 제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직원으로부터 일일이 재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설명을 듣다보니 우리나라도 이제는 복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판단이 섰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어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쓸모없다. 이곳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질 높은 맞춤형 서비스가 되어 수혜자들을 찾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복지 선진국의 배려로 어머니의 고통과 불편을 도와준 보조공학센터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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