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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6] ‘MODAFE in JEJU’ 공연을 보고
[자청비](16] ‘MODAFE in JEJU’ 공연을 보고
  • 김순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6.1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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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뉴스라인제주

‘나비야 나비야’ 노래하며 양팔로 날갯짓 흉내를 내는 것이 나에게는 최초의 무용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나비야를 부르며 팔을 저었고, 운동회쯤이면 운동장에서 무용을 배우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때는 음악에 맞춰 선생님이 가르쳐준 동작을 따라 하기에 바빠서 어떤 감흥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남자 무용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스텝 밥는 모습이나 손동작 하나하나가 멋있게 보였다. ‘베사메 무초’ 곡에 맞춰 짝과 함께 추는 춤을 가르쳐주셨다. 음악을 타며 신나게 춤을 추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스텝이 서툴러 진땀빼는 친구도 있었다. 몸치인 나도 엇박자로 나가는 스텝 때문에 쑥스럽고 민망했다. 그러나 무용 시간마다 반복하다 보니 어설프지만 내 몸이 음악을 타고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비로소 몸이 음악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 후 은근히 그 시간이 즐거워졌다. 반복 학습의 효과였다.

교사가 된 후 운동회나 학예회가 돌아오면 무용을 가르치는 일이 제일 문제였다. 당시에는 여교사는 무조건 무용을 맡게 되었다. 무용은 뺄 수 없는 중요 프로그램이었다.

선배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음악을 선택하고 며칠을 구상한다. 박자를 표시하며 글로 쓰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가르치기 전에 거울 앞에서 연습한다. 학생들 앞에서 연습한 대로 시범을 보인다. 목 아프게 설명하고 시범 보이는 일이 반복될수록 학생들의 동작은 자연스러워지고 서서히 음악과 동화된다.

요즘 운동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때는 주로 부채춤 같은 고전 무용을 많이 가르쳤다. 부채춤은 한복 의상에 부채까지 들면 운동장의 화사한 꽃이 된다. 학예회 때는 고학년은 부채춤, 저학년은 발레가 주로 무대에 올랐다. 저학년을 맡았을 때 발레 동작을 흉내 내느라 진땀 뺐던 일, 운동회 때 선보인 무용이 크게 박수를 받았던 일이 추억 속에 있다.

무용은 몸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예술이다. 춤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말과 글을 알기 전에는 누구나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가장 원초적인 예술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무용(Modern Dance)은 1910년대에 고전 발레에 반발하여 탄생한 새로운 형식의 예술 무용을 말한다. 전통 발레의 형식적이고 기교에 치우침에서 벗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독창적이며 자연스러운 표현을 추구하는 무용이다. 미국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은 전통 발레에 반기를 들어 무용화 대신 맨발, 발레복 대신 자유복, 발레 스텝 대신 새로운 동작으로 무용을 선보여 무용계를 놀라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1963년 미국 마사 그레이엄 무용 학교에서 공부한 육완순이 귀국 발표회를 하면서 미국의 현대 무용이 한국에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지난 5월 ‘MODAFE in JEJU’ 공연이 있었다. MODAFE는 Modern Dance Festival을 의미한다. 1982년 '제1회 한국 현대무용향연'의 이름으로 시작한 모다페는 올해 40주년을 맞아 제주를 찾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무용수들과 단체가 참여하는 국제현대무용축제이니만큼 기회다 싶어 예매했다. 지난 번에 ‘스윙’이라는 재즈 무용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재즈 음악에 맞춰 신나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내가 하지 못하는 리드미컬한 동작들로 대리만족을 주었다.

‘MODAFE in JEJU’ 공연에 오른 다섯 작품 모두가 현대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공연되는 무용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무용수 들의 몸짓을 보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몰입해서 봤다. 무용수 들은 온몸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하여 뼈 마디마디, 근육 하나하나를 이용하여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몸으로 말하는 소리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듣는다. 고통, 울분, 반항, 환희, 소리지름, 울부짖음, 타인에 무관심 함, 도와달라고 외침 등이 무대를 채운다.

ㅍ블루댄스 시어터의 ‘The Song(김보라 작품)’은 감정을 소리로 나타내려는 인간의 욕구를 몸짓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노동의 리듬과 공동 작업의 맞춤 소리를 상상했다. 인간은 함께 무엇을 할 때 서로 교감하는 노래나 어떤 소리가 필요하다. 계속 같은 음이 반복되는 배경음악이 현대인들의 단조로운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KART 무용단이 보여주는 ‘tHE bAD (Hofesh Shechter 작품)’는 의상이 독특하여 돋보였다. 스타킹 같은 황금 슈트를 입어서 황금색 알몸을 보는 듯했다. 빛에 의해 번쩍거리는 근육의 움직임이 더욱 강하게 다가와 노동자의 구릿빛 에너지가 전해졌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인간의 리듬(김보람작)’은 음악부터가 도시의 매캐한 분위기다. 흰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군중 속에서 걸어가듯 스치고 지나치는 모습이 개성이 무시된 채 각자의 삶을 위해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생각하게 했다. 큐브 속 틀 안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 어쩌다 그 틀을 벗어나면 다시 틀 안으로 밀어 넣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물현대무용단의 ‘출발점 위에 서다 2.0(박관정 작).’ 은 세상은 종식되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신음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삶의 방식들은 구식이 되고 새로운 삶의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양한 방식들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한 방향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만큼 팔을 뻗고, 하늘을 보고, 희망을 간직하는 삶이 되기를 담아내로 있다. 펜데믹을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 나갈 것인지는 모두의 고민거리다.

마지막 작품 xnltakfnandydeks의 ‘해변의 남자(최청자 작)’는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를 환하게 하더니 남녀의 작업 걸기와 같은 코믹한 장면을 보여줘서 웃음이 나왔다. 현대 남성들의 고단한 내면세계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았다. 어느 순간 겉옷을 벗어 던지고 생기발랄한 복장으로 변신하였다. 공중을 날아다니듯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춤사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무용수들이 관객석으로 뛰어들어 객석 뒤로 퇴장하는 멋진 마무리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한바탕 춤의 무대는 그렇게 끝났다. 나의 인생 어설픈 춤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언제 어떻게 퇴장할 지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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