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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8) 달마는 어디로 갔을까
[자청비)(18) 달마는 어디로 갔을까
  • 송미경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5.0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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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거실 중앙에 달마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큰 얼굴에 험상궂은 인상은 누가 봐도 별로 잘 생기지 않아 달갑지 않을 것이다. 달마대사는 인도 남부에 있던 팔라바라 왕자다. 원래는 아주 잘 생긴 외모였으나 신통력으로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유체이탈을 체험한 후 못생긴 얼굴로 변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할까, 달마대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영험한 기운과 함께 부처님의 자비가 느껴진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올 때 스님이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안 좋은 기운을 몰아내고 집안을 화평하게 밝혀 준다고 하니 마음만은 든든하다.

올레길을 걷던중 우연히 절이 보여 들어섰다. 삼배 하고 법당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벽에 그린 탱화가 인상적이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나를 노려 본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길을 가고 있는데 멀쩡하게 생긴 여자 둘이서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첫마디가 인상이 참으로 좋습니다.라며 가던 길을 가로막는 것이다. ‘도,를 아십니까, 못 들은척 지나치려고 하는데 종교를 갖고 있나요, 혹시 불자라면 꼭 들어야만 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하기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얼굴에 조상님들이 보여요, 조상님이 화가 나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며 온갖 꺼림칙한 말들을 막 내뱉는다. 제데로운 불교를 찾아서 정성을 해야 합니다. 절에는 불상만 있는 곳이지 부처님이 계신 곳이 아니라며 진정 부처님을 찾으려면 미륵이 있는 자신들이 속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며 설득이 아닌 반협박조로 나의 의중을 묻는다. 순간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는지 그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전도인지 포교인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웬만해선 귀찮아서라도 가까이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유독 그날따라 신경이 집중됐다. 그 시기에 좀 힘든 일이 있고해서 심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런 말을 들으니 예견된 일인 것 같아서 경청하려는 순간 달마그림이 떠올라 유혹을 뿌리쳤다.

지금도 여전히 길을 걷다보면 ’도,를 아십니까, ‘영, 이 맑아 보입니다. 라며 쫒아오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살며시 웃고는 그냥 지나치곤 한다.

석가가 입멸할 때 슬픔에 찬 제자 아난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난아 슬퍼하지 마라. 세상에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 자신을 의지하고 자기 자신 외에 다른 무엇에도 의지하지 말아라, 결국 의지처가 사라지면 자신도 함께 무너지고 만다.라고 하였다.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라 절대자 앞에 무릎 끓고 만물의 작용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진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소란스러운 것에 집착하느라 정작 가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스스로 눈을 가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충만함 으로 달마를 바라 본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덕을 쌓으면 그 길이 곧 부처의 길이다. 허공에 뜬 달이 강 속에 달 그림자를 깊숙이 넣어도 달이 지면 자취가 없듯 세상 어느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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