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0:41 (목)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0) 무지개 학교에 핀 백리향
[양순진의 포토에세이](10) 무지개 학교에 핀 백리향
  • 양순진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4.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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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학교 자체가 그대로 꽃인 학교가 있다. 무지개색 외관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꽃이다. 바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더럭초등학교!

  사월 어느 날,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데 올망졸망 핀 분홍빛 꽃들이 눈길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백리향이다.
  향기가 너무 진해서 백리까지 향기가 번진다는 꽃, 고산 등지에 많이 핀다는 그 귀한 꽃이 학교에 가득하다.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황홀하다.

  어떻게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향기가 진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에 젖어보는 찰나, 퍼뜩 떠오른 철학이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리고 '한데 어우러져서 뿜어내기에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라는 당연하지만 심오한 진리 말이다.

  더럭초도 폐교 될 위험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외관을 무지개 색으로 칠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흡수하여 오히려 더럭분교가 더럭초등학교로 승격하기에 이르른다.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그래서인가. 학교 앞에는 시계와 종이 걸려 있다. 힘겨웠던 시간과 함께 일어선 추억을 잊지 말라는 의미처럼 보인다. 전근왔다가 떠나는 선생님들, 잠시 제주에서 살기로 왔다가 떠나는 학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무지개 학교에 핀 백리향처럼 오래오래 향기를 간직하라는 학교의 희망사항인 것이다.

  외부의 화려한 색들이 지워지면 다시 덧칠하면 그만이지만 마음에 새겨진 무기개 색 꽃 향기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두고두고 남는다.

  작지만 꿈만은 세계적인 학교, 작지만 향기만은 꽃의 여왕 같은 백리향, 많이 닮았다.
  학교에 들어설 때마다 다짐한다. 모든 현상에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자, 지나친 욕심은 버리자,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보이는 대로 해석하자. 오직 향기로 보여주는 분홍 백리향처럼. [양순진 시인]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더럭초등학교
▲ 더럭초등학교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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