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13 (금)
[김항신의 벌랑포구](6) 자화상
[김항신의 벌랑포구](6) 자화상
  • 김항신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4.14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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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
▲ 윤동주 시인 @뉴스라인제주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현자의숲 2017.

김항신 시인
▲ 김항신 시인 @뉴스라인제주

2017년도 '탐라도서'에서  시집을 구입해 몇 편 보다가 덮어둔 세월이 벌써 이 만큼이나
지났습니다.
그 때 십여권의 시집을 샀지만
그럭저럭 식솔의 우환으로 잠시 묻어 두웠던  세월, 나의  '자화상'이란 것에
대하여 생각할 여지가 없었던 시간들을 연상 해보며 다시
시집 한 권을 손에 넣어봅니다.

열 아홉 시절 어느 날  유안진의
' 지란지교를 꿈꾸며'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도 이처럼
이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오면서 이제 이 나이가 되어
선뜻 '자화상'을 써본다는게 그게...쉽지는 않아 그래서 이렇게 다시 한 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인들의 '자화상'을 들춰보기도 합니다.박세영시인, 권한, 서정주,윤곤강,노천명,이상 시인 그리고, 《가난한 도시인의 자화상》등을 들춰보며

윤동주의 《 이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를 읽어 봅니다.

우물을 찾아가 자신을 보고, 우물속의 평화로운 풍경을보며 초라한 '자아'에 대한 부끄러움과 연민을 생각하며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다시 되돌아가면 미워지고 안타까운, 가여워 다시 들여다 보는 심리적 갈등에 서성이다가 결국 추억속 그리움으로 평정을 찾아가는 자신의 심리를 나타냅니다.

우물속에 비친 성찰과 애증을 그려내는 '윤동주'를 보며 나도 한 번 거울속 여자가 되어 봅니다.
초라하고 미워지고 가여워지고
안타까워 ,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또다시 보며 위로 하다가 그리움의 '나'를 다독여 봅니다.

내가 이 시,를 참 좋아 했습니다.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서시> 전문

[글 김항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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