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20:11 (목)
[삼국지(三國志)](173) 불 붙은 강동에서의 설전(舌戰)
[삼국지(三國志)](173) 불 붙은 강동에서의 설전(舌戰)
  • 온라인뉴스팀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4.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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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결의
▲ 도원결의 @뉴스라인제주

다음날 아침, 공명은 노숙이 보내온 수레를 타고 궁 앞에 도착하였다.
공명이 수레에서 내리니, 노숙이 먼저 나와 있다가 극진한 예로 맞는다.

"공명 선생, 잘 쉬셨습니까 ?
객관에 불편한 것은 없으셨습니까 ?"

"자경 형 ! 여러가지로 배려해 주셔서 편히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자 노숙은 공명과 함께 강동으로 오며
며칠 지내며 본 바와 다르게 살가운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왠지 선생 얼굴에 화색이 돌고
신수가 훤하니, 보기가 아주 좋습니다."

공명이 소리내어 웃으면서 화답한다.
"하하하...강동은 날씨도 온화하고 현인들 천지인데, 낯빛이 어둡다면 주공을 뵈올 때 어찌 고개를 들겠습니까. "

공명의 멋진 화답에 노숙이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자, 들어가시죠."
공명은 노숙의 안내를 받으며 손권을 만나러 궁 안으로 들어갔다. 노숙은 걸어가며 공명에게,
"공명, 명심하시오. 주공의 면전에서 조조군의 전력에 대하여 절대 애기해서는 안 되오."
하고, 재삼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명은,
"그러죠. 알겠습니다."
하고, 순순히 대답하였다.

공명이 손권을 만나기 위해 대청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이미 강동의 유수한 대신들이 먼저 좌정하여 공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숙이 먼저 장소를 소개한다.

"공명, 이 분은 강동의 장사(長史: 막료의으뜸)
장자포(張子布 )선생이오."
하고, 장소(張昭)를 소개하였다.
"아, 그러십니까 ?"
공명이 예를 표하며 인사를 해 보였다.
그러자 장소도 마주 예를 표하며,

"강동의 보잘 것 없는 선비, 장소라 하오. 선생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와룡(臥龍)을 자처하며 스스로 춘추시대의 관중(管仲)과 악의(樂毅)를 지칭하셨는데, 하하하하... 정말, 과연 그런 분들과 비교할 정도가 되시오 ?"
하고, 공명을 빈정거리는 말투로 현인(賢人) 관중과 악의에 빗대어 묻는 것이 아닌가 ?

공명이 여유있는 미소를 보이며,
"그건 그저 비유에 불과할 뿐이니,
염두에 두시지 마시죠."
하고, 겸양지사의 말로 화답하였다. 그러자 장소는 더욱 무시하는 듯한 웃음을 웃으며,

"허허허헛 !..
듣기론 유 황숙이 삼고초려해서 어렵사리 선생을 모셨고,
그 후 유황숙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곧 바로 형양을 취하고 대업을 이루려고 했다지요 ?... 헌데,
이제 형양 9군이 조조의 손에 넘어 가 버렸으니, 지금 물고기는 물 속에 있소,
아니면 솥 안에 있소이까 ?"
하고, 유비와 공명을 싸잡아 무시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하며 대꾸한다.
"저의 주공께서 그런 마음이셨다면, 형양을 취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겠지요.
유표가 몇 번을 청했지만 종친이란 이유로 거절하시다 보니, 조조가 그 틈에 가로채 갔을 뿐입니다.
이제, 주공께서는 강하에 주둔해, 승천을 앞둔 용 처럼 숨죽이고 계실 뿐이니, 선생께서는 그런 염려를 거두십시오."
공명은 이 같이 말하면서 장소를 향해 예를 표해 보였다.  그러나 장소의 빈정거리는 말이 이어진다.

"선생께서, 관중과 악의에 비하셨는데, 관중은 제(齊) 나라 환공을 도와 제후들을 제패하여 천하를 구해 냈고,
악의는 연(燕)나라를 도와, 제 나라의 일흔 두개의 성을 함락 시켰으니, 이 두 사람은 나라를 풍성하게 만든 인재였으나, 선생은 어떻소 ?  허허허...
오두막에 앉아 풍월이나 읊으며, 신세만 한탄하는 일 외에는 하는 게 없질 않소 ? 유황숙이 선생을 만나기 전에는 성(城)이라도 얻어, 앞가림은 했지만 선생을 만난 후에는 군마(軍馬)들을 버리고 강하로 쫒기는 신세가 되었소.
태평성세로 천자께 보답도 못하고,
역적의 도발에 가진 영토도 지키지 못하고,
반 년이 채 되지도 못 하여 신야성과 번성을 잃고, 당양의 패전으로 강하로 급히 피신을 하였으니,
그저 이리저리 쫒겨만 다니면서 근거지 조차 잃게 된 것이 아니오 ?"
장소의 이같은 말이 끝나자 좌중의 대신들은 저마다 한바탕 조소를 금치 못한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좌정한 대신들이 모두 함께 웃어버리는 소리를 듣고, 장소가 공명에게 웃으며 말한다.
"제가 너무 솔직하게 말한 것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장소는 그러면서 공명에게 극진한 예를 표해 보였다.
그러자 공명은 가소로운 미소를 보이며,

"대봉(大鳳)의 뜻을 어찌 뱁새가 알리오 ? "
공명의 이 말 한 마디로 대청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타지인(他地人)인 공명에게는 충분히 부담이 될 것인 즉,
그러나 공명은 개의치 아니하고 계속하여 말을 하였다.

"뱁새는 숲속에 있는 줄로 알았는데, 이런 곳에 모여 있는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저희 주공께서 여남에서 패하고 유표에 의탁했을 때, 장수는 관우,장비,조운, 군사는 불과 일만 명에 불과하였소,
허나 오십만 대군의 조조가 쳐들어 오자, 박망에서는 화공(火攻)으로,
백하에서는 수공(水攻)으로, 조인과 이전, 하후돈의 십만 군사들을 무력화 시켰지요. 설사 그 옛날의 관중과 악의가 나섰다 하더라도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또 당양에선 후방엔 적군, 앞엔 강이었고, 주공의 뒤를 따르던 이십만 백성들이 하루
십 리를 못 갔지만, 주공께선 백성만은 버릴 수 없다 하시면서 그들 모두를 데리고 강하로 피난하였으니, 이렇게 어진 군주를 선생께서는 보신 적이 있는 지 모르겠군요 ? ... 헌데,
말 만 앞세우는 소인배들은 눈과 귀를 막은 채 모른 체 하고 있고,
명예욕에 있어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하면서, 적과 맞서 싸우라 하면, 꽁무니를 빼고 있으니, 어찌 가소롭지 않겠습니까 ?"

공명의 말은 칼로 폐부(肺腑)를 찌르는 듯이 날카로웠다. 더구나 그의 말의 말미에는 지금의 강동의 대신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조와의 주화론(主和論)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절절히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

이에 당황한 장소가 <흠,흠 !...>
기침을 해대며 고개를 내젖고, 공명에게 예를 표하며 자기 자리로 물러나 버렸다.

공명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기울이며 물러난 장소에게 목례를 해보이고, 다시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갔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의 대신이 일어서며 말한다.

"조조가 백만 대군과 천여 장수로 호시탐탐 강하를 노리고 있는데, 선생께서는 묘책이 있는지요 ?"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선 사람은 강동의 대신, 우번(虞飜 :字: 중상) 이었다. 공명이 즉각 대답한다.
"조조군은 원소의 패잔병들과 유표의 오합지졸들 뿐이라, 백만 대군을 자처한다 하여도 두려울 것이 없소이다."
"그 쪽은 당양에서 패하고, 하구까지 밀려, 강동에 도움을 청하러 왔는데, 헹 ! 두려울 게 없다니...정말 황당무계하오."
우번은 장소보다 더 노골적으로 공명에게 빈정거렸다. 그러자 공명은 우번을 똑바로 바라보며,

"우리 군사는 수 천에 불과한데, 어찌 백만 조조군과 맞서겠소 ?
지금은 여전히 조조와 대치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소.
허나, 강동은 물자가 풍부하고, 장강이라는 요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 좀 읽었다는 선비들이 군주에게 투항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 아니오 ? 그것만 봐도,
우리 주공께선 세상의 그 누구 보다도 조조를 두려워 하지 않는 분이시오."
공명이 이같이 논리정연한 말을 쏟아내자, 우번은 더 이상 질문이나 반박을 못 하고, 고개를 흔들며 자기 자리로 물러가 버린다. 

뒤이어 다른 대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공명선생은 옛날의 소진(蘇秦)과 장의(張儀)
를 본떠서 세치 혀로 우리를 설복하러 오신게 아니오 ?"
하고, 말을 하는데, 그는 고옹(字:원탄) 이라는 대신이었다. 공명은 그를 향해 웃으며 예를 표한다.
"하하하.. 그건 아니오.
귀하께서는 소진과 장의가 언변에 능한 줄만 아시고, 진정한 호걸이란 것은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소진은 육국의 재상이었고, 장의도 재상을 지내며 나라를 안정시킨 공이 있으나,
강자 앞에서는 절대로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지요.
허나, 혹자들은 조조가 백만 대군으로 온다 하여, 진위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당장 투항을 하고자 하니, 그런 자 들이 어찌 가당치도 않게,
소진과 장의를 논 한단 말이오 ?"

공명은 이같이 말하고 다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좌중에서 한 소리가 튀어 나왔다.
"공명이 보기엔 조조란 자는 어떤 자요 ?"
공명은 그 소리가 난 곳을 돌아 보지도 아니하고 발걸음을 멈춘채 대답한다.

"역적이오, 천하가 다 아는 데 뭘 물으시오."
"그렇지 않소,
한실은 사백 년을 이어와 운이 다했소.
이제 천하의 삼분의 이는 조조가 취했고 나머지 삼분의 일이 이제 조조에게 넘어 가는 형세이니, 유황숙이 천명을 어기고 하늘을 거스른다면 어찌 패하지 않겠소 ?"

"지금 그 말은 부모도, 군주도, 효심도, 충심도 무시하는 말이오 !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충의가 근본이오, 한나라의 신하로써 역적과의 대적은 당연한 것이오.
사백 년을 이어온 한실이 앞으로 사백 년은 왜 못 가겠소 ? 못 간다면 그것은 귀하처럼, 부모도, 군주도 없는 자가 대한 천하를 망쳐서 일 것이오 !"
공명의 말은 마치 웅변을 하듯이 장엄하고 역동적이었다. 

공명이 다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제까지 아무런 말도 아니하고 공명과 대신들의 논쟁을 지켜만 보던 노숙이 뒤를 따랐다. 

"하하하핫 !... 하하하핫 !..."
이 두 사람 앞으로 호방한 웃음을 웃으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 

"공명은 과연 당대의 기재요 !
지금 이런 식으로 몰아 부치는 건, 손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오."
나타난 사람은 백전 노장 황개(黃蓋) 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좌중의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공명이 예를 표하면서 물었다.
"노 장군께서는 존함이... ?"
그러자 공명의 뒤에 있던 노숙이,

"이 분은 강동의 상장군을 지내신 황개(黃蓋)
 장군이시오."
하고, 말한다. 그러자 공명이 놀란 듯이,
"아 ! ..
황개 장군의 말씀이 오늘 제가 들은 말 중에 ,가장 듣기가 좋습니다."
하고, 말하며 손에 들고 있는 화로선으로 좌중을 한번 쭈욱 휘저어 보였다.

그러자 황개가 활짝 웃은 얼굴로,
"자, 어서 드시죠 !"
하고, 자신이 앞장서서 손권에게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가시지요."
이렇게, 공명은  황개의 뒤를 따라 강동의 실권자 손권을 만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 삼국지(펌해서) 올려드리고 있사오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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