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畔'獨步尋花七絶句'
(강반독보심화칠절구)
(강변에서 혼자 걸으며 꽃구경하다)
杜甫(두보)
江上被花惱不徹(강상피화뇌불철),
無處告訴只顛狂(무처고소지전광)。
走覓南鄰愛酒伴(주멱남린애주반),
經旬出飲獨空床(경순출음독공상)。
강변에 온갖 꽃 피어 마음이 어지럽네.
이 소식 알릴 곳 없어 그저 미칠 것 같네.
서둘러 남쪽 마을 친구 찾아 술병 들고 갔더니
그도 열흘 전에 술 마시러 떠나고 빈 침상뿐.
- 7수 중 첫 수
꽃이 피기 시작할 봄무렵, 우주의 열림을 선사받은 듯 들뜨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적적하다. 과연 마음을 나눌 친구가 주변에 몇 있는가. 서로 추구하는 인생관이나 관심 대상이 다른 친구에게 꽃이 어떠니 인생이 어떠니 떠들어댈 순 없다. 화살이 빗가나면 허무하니까.
어쩌면 누구나가 고민하는 문제다. 봄을 함께 맞고 겨울을 함께 보내는 벗, 고통과 슬픔도 반으로 줄여줄 수 있는 벗, 먼곳에서 생각만 해도 든든해지는 참 벗, 관중과 포숙아 같은 벗, 열한 살이나 차이 나지만 두보와 이백 같은 우정이 우리는 진정 그립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 227권에 실려 있다. 당 숙종 상원 2년, 즉 761년 50세
봄에 두보가 성도 완화계에 모옥을 짓고 거처하였을 때 지은 것이다.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마치 봄꽃들 만발한 어느 강변을 거니는 듯하다.
인간을 초월한 신선에 관심이 많았고 흘러나오는 말이 바로 시가 되는 이백과는 달리 두보는 백 번 이상 퇴고를 했고 인간의 고뇌와 곤고함에 동참하며 시대적인 아픔을 피울음으로 노래했으며 광활한 현실 사회로 인도하였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지친 이 봄엔 두보 시에 더 끌린다. 강변에서 혼자 걸으며 꽃구경하는 두보나, 오름을 혼자 오르며 피어나는 야생화와 접견하는 이 몸이나 외로운 인간인 건 매한가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심란한 시대에 맞는 봄. 친구여, 어디로 갔는가. 시절은 가도 꽃은 피는데. [글 양순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