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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56) 한겨울 속 봄을 꿈꾸는 곱닥헌 닥(저지)오롬
[오롬이야기](56) 한겨울 속 봄을 꿈꾸는 곱닥헌 닥(저지)오롬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1.19 10: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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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대설특집)

- 몽골어 ‘닥ДАГ’을 ‘닥나무 저楮’로 해석하여 저지오름으로 변하다 -

동쪽에서 본 저지오롬
▲ 동쪽에서 본 저지오롬 @뉴스라인제주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은 대한을 앞둔 날, 제주에서는 60여년 만에 전에 없던 폭설과 한파를 이겨낸 닥(저지)오롬이 청청 푸르다. 오롬 입구에서부터 후박나무, 담팔수, 참식나무, 생달나무, 돈나무가 정상을 오를 때까지 끊이지 않고 동행한다. 그리고 아늑한 굼부리와 가득 찬 푸른 초목이 저지르지(장난치지) 아니 하고 닥(저지)공주의 한결 같은 품위로 공주의 침실을 가만히 열어 보여주었다.

제주시 서북 끝 한경면의 오롬은 13개이다. 이를 3그룹으로 나눠보면 ➀해변오롬은 널개오롬, 차귀당오롬(당산봉), 차귀당알오롬, 물ᄂᆞ리오롬(수월봉) 등 4개와 ➁북쪽은 저지리의 닥(저지)오롬, 가메창, 송아오롬, 마오롬, 마중오롬 등 5개, ➂남쪽은 청수리의 이계오롬, 가마오롬, 새신오롬과 조수리 굽은오롬 등 4개이다. 한경면 13개 오롬 중 으뜸은 당오롬(당산봉)이 왕자라면 닥(저지)오롬은 해발 239.3m, 비고 104m의 고운 굼부리를 가진 서제주의 공주 같다.

‘저지리는 400여 년 전 ‘물골(물꼴)’ 가까이의 ‘용선다리’ 일대에 전주 이씨가 들어와 살고 후에 ‘물골’에 제주 양씨, 원주 변씨가 들어와 살며 동네가 커졌다고 한다. ‘저지리’란 명칭은 16세기 『탐라순력도』, 『한라장촉』, 『탐라지도』, 18세기의 『삼읍도총지도』, 『해동지도』 등에도 저지촌, 일제강점기 1:50,000 지형도에는 저지리 명이동, 수동水洞등이 나타난다.

저지오롬 정상 서 본 남동쪽
▲ 저지오롬 정상 서 본 남동쪽 @뉴스라인제주

저지촌楮旨村은 ‘닥ᄆᆞ르’, 당지촌堂旨村은 ‘당ᄆᆞ르’로 모두 한자차용 표기라고 오창명은 말하나, 아니다. 본래는 ᄃᆞᆨᄆᆞ르>닥ᄆᆞ르(닭모르)>당모르로 변하였을 뿐, 같은 글의 변음으로 본다. 그렇다면 당연히 ᄃᆞᆨᄆᆞ르>닥마루에서 제주어 ‘물골(물꼴)’이란 명칭이 나왔거나 그 반대로 몽골어가 제주어를 의역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지리나 용수리 역사는 400년이 아니고 적어도 600~700년경으로 봐야한다. 그 증거는 몽골어 ‘닥ДАГ’이란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어 ‘닥ДАГ’은 명사로 ‘진흙, 진창, 수렁’이란 뜻으로 제주어 ‘물골(물꼴)’의 뜻과 같거나 유사하다. ‘좌형소左亨蘇는 700년 전 원나라(몽골)사람으로 탐라목마장牧馬場 감목관監牧官으로 부임, 제주에 정착한다(산동성 청주靑州 본이나 1922년 조선 호적령 때 청주靑州>가 청주淸州로 바뀐다). 그 아들 좌자이左自以는 구좌읍 한동리를 설촌 했고(630년 전/오창명) 후에 한경면 용수리 쪽으로 옮겨간다. 그 후 좌씨들은 ‘목호의 난’으로 여명연합군(고려 최영장군)에 의해 죽임 당했는데 “시신이 산같이 쌓이고 그 피가 강같이 흘렀다” 전해진다.

용수리는 해변이고 저지리는 접경의 웃드르中山間 지경이다. 그러니 몽골어 ‘닥ДАГ’을 ‘닥나무 저楮자’로 의역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지오롬은 몽골어 ‘닥오롬’이거나 제주어 ‘물골오롬’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저지리, 용수리 역사는 400년이 아니다. ‘닥나무 저楮 자字를 의역하여 마을이름, 오롬이름을 채용했다면 저지리 역사는 당연히 600년 이전으로 보는 게 맞다.

따라서 ‘당지촌堂旨村’이라는 명칭은 ‘닥’을 ‘당’으로 잘못 표음表音한 것이다. 또한 뜬금없이 ‘새오롬’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새오롬이 나오게 된 데는 ᄃᆞᆨᄆᆞ르>닭모르>조악鳥岳>새오롬으로 잘못표기 된 것이다. 그런데 궂이 “오롬의 모양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둥그런 굼부리 모양이 새집을 닮았다.”고 말하는 식의 오류는 제주오롬이나 지명 등에 만연해 있다.

저지오롬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
▲ 저지오롬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 @뉴스라인제주

닥(저지)오롬은 바리메, 지미오롬, 영ᄆᆞ르오롬(영주산)처럼 급한 경사를 타지 않고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소풍하듯 가볍게 올라도 좋은 오롬이다. 정상을 오르는 최종코스는 좌로 가든 우로 가든 한 바퀴를 돈다고 치면 어느 쪽으로 올라도 무방하다. 제주의 오롬들 중에는 탐방로가 가장 순조로운 곳이고 바람타지 않는 숲속을 따라가는 길은 사철 언제든 좋아 보인다.

아주 오래전 닥오롬을 찾았을 때만 하여도 아무런 시설이 없던 때라 수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경면에서도 가장 잘 가꾸어진 오롬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돌계단으로 닦아놓았고 나무계단이라고는 정상에서 굼부리를 내려가는 곳만이 유일하다. 다른 곳은 모두 돌계단과 야자매트로 이루어져서 좋다. 북쪽에서는 우진제비, 노꼬메 등이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닥오롬 서쪽 정상을 오르기 전 30여m 쯤에는 모슬포 방향으로 2개의 반공호가 보인다. 다른 표지판은 없지만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리라. 아마도 1~2개분대급 대공포 부대가 한림항 쪽으로 가거나 모슬포로 오는 것을 방어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한림 항구나 모슬포 공군비행장까지는 직선거리로 5~6km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이다.

닥오롬에는 3개의 전망대가 있다. 서쪽으로 오르는 중간에는 칠성단을 쌓았던(그래서 당堂ᄆᆞ르 라는 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근처 서남쪽을 바라보는 곳에 한 곳, 두 번째 전망대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정상, 세 번째는 정상 전망대 아래에 있는 굼부리 전망대이다. 닥모르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동서남북 어느 곳도 막힘이 없어 잘 보인다.

저지오롬 정상서 본 남서쪽
▲ 저지오롬 정상서 본 남서쪽 @뉴스라인제주

닥오롬 북쪽은 정월오롬 너머의 비양도(한림), 남쪽은 송악산 너머의 형제섬(대정), 동쪽은 정물오롬 너머에 한라산, 서쪽은 당산봉 너머에 차귀도(고산)이다. 동북쪽으로는 노꼬메, 바리메, 남동쪽으로는 산방산, 남서쪽으로는 모슬봉, 북서쪽으로는 널개오롬 등이 보인다. 아쉬운 것은 햇빛 좋은 날이면 한라산은 푸르고 모슬포 앞바다는 햇빛 반짝거리고 당오롬에서는 차귀도 너머로 고운 황혼도 볼 수 있을 터인데...

그래도 오롬을 오르는 동안은 청청한 푸른 나무들과 작고 빨간 보석 같은 자금우 열매들이 바닥에 잔뜩하다. 잎을 떨군 팽나무, 느티나무, 천선과, 머귀나무, 닥나무, 두릅, 구지뽕, 구럼패기(상산)는 잎을 떨구었는데 말오줌때는 앙상한 가지 끝에 빨간 껍질에 싸인 흑진주가 매혹적인데, ᄆᆞᆯ쿠실(고령근) 나무는 노란 대추마냥 주렁주렁하다. 그러나 푸른 나무에 비하면 원채 쪽수가 적으니 존재가 미미해 보인다.

닥오롬의 압권은 정상 바로 아래 있는 굼부리(분화구)다. 제주 오롬들 중에서 굼부리까지 볼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닥오롬에서는 나무계단을 타고 60여 미터 아래까지 내려가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그 옛날 정상에서는 바라만 보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분화구 주위는 온통 푸른 여름이다. 후박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구럼비, 담팔수들이 가득하다. 숲 아래는 뱀(도깨비)고사리, 푸른 잎 고사리, 가는 잎 고사리가 가득하다.

여름을 거부하여 사그라진 나무는 마삭줄, 모람넝쿨, 줄사철, 송악줄, 후추등, 보리수넝쿨에 포로 되어 있다. 정상 부근에는 닥나무가 있다는데 겨울이라 확인할 수 없으니 아쉽다. 그러나 ‘닥나무楮저’를 쓴다고 해서 닥오롬이 닥나무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닥오롬 주위에는 대한을 앞두고도 아직 수확 못한 온주밀감, 한라봉이 황금빛이다. 귀가 길, 수확을 끝낸 양배추 밭에서 이삭을 줍고 나온다. 저지리 푸른 계절이 포근한 겨울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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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니얼 2021-05-04 07:11:47
다양한 정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paulghong 2021-01-21 13:31:04
정성스럽고 전문적인 글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수고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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