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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55) 한림 제일의 높고 넓은 어머니 품, 금오롬
[오롬이야기](55) 한림 제일의 높고 넓은 어머니 품, 금오롬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1.15 16: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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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 이시돌목장과 평원을 바라보는 품위 있고 신성한 오롬 -

서쪽 정오롬서 본 금오롬
▲ 서쪽 정오롬서 본 금오롬 @뉴스라인제주

한림읍 열여섯 개 오롬의 절반인 8개가 금악리今岳里에 있다. 구좌읍의 41 오롬에 비하면 한림읍의 오롬은 16개 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림읍의 평야가 넓다는 것이다. 또한 동쪽의 구좌, 조천 등이 검은 화산재 토양인데 비하여 붉은 참흙이 많다. 동쪽 지역이 무, 당근, 더덕, 감자, 고구마 같은 알뿌리나 두서류를 많이 재배한다면 애월~한림~대정은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마늘, 양파 등을 많이 재배하는 것도 토양과 토질이 맞아서일 것이다.

금오롬은 한림읍에서 제일 높고 또한 넓으니 어머니 품과 같다. 금오롬은 해발 427,5m로 정오롬(466,1m)보다 조금 낮으나 비고는 178m로 정오롬(151m)보다 더 높다. 면적은 613,966㎡로 두 번째인 정오롬(494,293㎡)보다 크고, 저경은 1008m로 누운오롬(1048m)보다 조금 작다. 금오롬은 높은 것 치고는 포장이 잘되어 자동차로도 갈 수 있다. 그러나 산불관리, 오롬관리자 외로는 차량이 통제되지만 걸어서 왕복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곳이다.

금악리今岳里 마을은 400년 전 설촌 됐는데 금오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종실록(16C초)』, 『탐라방영총람』 등은 금물악리今勿岳里(ᄀᆞ믈ᄆᆞ을오ᄅᆞᆷ), 「탐라도(17C말)」, 「탐라순력도(18C)」, 「제주3읍도총지도(18C중반)」, 등에는 검은오롬黑岳, 또한 『3군읍지(18C말)』, 『삼군호구가간총책(20C)』에는 금을오롬ᄆᆞ을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금악오롬’, ‘검은오롬’이 오래전부터 쓰였으며 ‘악岳’은 오롬을 말함이니 ‘금오롬’이라 부르는 게 옳을 것이다.

금오롬 능선길 입구
▲ 금오롬 능선길 입구 @뉴스라인제주

혹자는 금오롬이 먼 곳에서 볼 때 숲이 검다거나 검은 화산재가 뒤집어 쓰여 ‘검은오롬’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금오롬은 금, 검, 곰 등으로 불렸는데 이는 북방계민족이 사용하던 ‘높다, 귀하다 등’의 의미가 있다. 이는 제주도 두 번째 이주민인 고(고구려), 양(양맥족:동예/서예), 부(부여)씨들과 북방에서부터 사용하던 말로 보인다. 아래아(ㆍ)는 지금도 북방어로 쓰이나 현대한국어에서는 ㅏ, ㅡ, ㅓ, ㅗ등으로 표기 하나 아래아(ㆍ)로 표기하면 한글자이다.

이 중 “곰”은 곰을 숭상하던 민족으로, ‘감’은 ‘감감하다/멀다’는 뜻으로 ‘검다’와 유사하며 곰과 까마귀를 말하는데 단군신화의 곰도 같은 의미다. 까마귀(三足烏)도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백제-일본까지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실제로 티벳의 조장鳥葬은 까마귀가 사자死者의 육신을 먹고 오를 때 그 영혼도 같이 올라가므로 신께로 이를 것을 믿었다. ‘금’도 같은 뜻이나 신성한 곳을 금禁taboo한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금오롬에 포제단이 있는 것도 신성한 곳임을 짐작케 한다.

제주도에는 백록담, 어승생, 사라오롬, 물장오리, 물찻오롬, 물영아리, 동수악, 원당오롬, 금오롬, 세미소 등의 화구호가 있다. 금오롬도 화구호로 물이 고인다는데 필자는 물이 없을 때만 보는 것 같다. 금오롬에 물이 마를 때는 기우제를 드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록담, 물영아리, 금오롬 등에도 물 마르는 날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과도한 량의 지하수를 뽑는 것과 제주도의 수원지인 곳자왈의 파괴로 인한 지하수 고갈 등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장된 도로를 따라 쉽게 금오롬 정상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금오롬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금오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금오롬 입구 ‘희망의 숲길’방향으로 계단을 타고 오르면 금악리와 서부일대 평원을 감상하며 쉬엄쉬업 올라도 좋으리라. 필자는 창원에서 왔다는 70세난 부부와 동행 하였다. 때마침 겨울딸기가 열렸기에 가르쳐 주었더니 겨울딸기를 따 먹고 간다고 “선생님 먼저 가라”하여 혼자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물마른 금오름 화구호
▲ 물마른 금오름 화구호 @뉴스라인제주

금오롬 능선을 오르는 길은 조붓한 등성이를 따라가는 고즈넉한 길이다. 아래쪽으로는 꽤꽝(가마귀쥐똥)나무, 보리수가 보인다. 조금 더 오르면 산벚나무도 보이는데 3월 하순이면 꽃 필 것이다. 조금 더 오르니 윤노리나무도 찔레가시도 보이는데 4월이면 하얀 꽃이 필 것이다. 조금 더 가면 떼죽나무도 보인다. 5월이 오고 녹음이 짙어지면 줄지어 대롱대롱 꽃 피우리라.

완만한 등성이에는 해송과 삼나무, 오리나무도 보인다. 그리고 그 등걸에는 말라버린 의아리, 사위질빵과 국수를 빼 놓은 듯 허연 국수나무도 같이 엉클어져 있다. 그러나 쌍동나무와 망개나무, 인동초는 푸른 잎으로 겨울을 난다. “그래 제주의 겨울을 모두 잠재울 수는 없지!” 서남쪽으로는 하얀 눈으로 목도리 두른 한라산도 푸른 하늘에 눈부시다.

금오롬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애월읍의 바리메, 노꼬메, 이달봉 두 봉우리와 반쪽쯤 보이는 새별오롬, 남쪽으로는 한라산과 북도라진오롬, 괴오름, 왕이메 등이 보인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저녁 햇살 받은 눈부신 바닷가에 대정읍 산방산, 한경면 차귀도가 보이고 가까이로는 안덕면 당오롬, 도너리오롬과 금악리의 정오롬도 보이고 북쪽 바다에는 한림읍과 비양도까지 보이는 한 겨울 속 맑고 푸른 날이다.

금오롬 마루에 이르면 처음 보이는 게 송수신 탑이다. 수요를 위해서는 있어야 하지만 한림읍 어머니 젖가슴에 세운 탑은 아닌 것 같아 마음 아프다.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제주의 어머니 같은 오롬 가슴에 탑을 세우는 것은 신중히 검토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이것이 개발과 보존을 함께 이뤄 가야할 제주도민의 숙제이다.

비양도가 보이는 북족바다
▲ 비양도가 보이는 북족바다 @뉴스라인제주

정상에 오르면서부터 오색 찬란한 패러글라이딩이 공중에 꽃 피웠다. 제주에 다른 곳들도 활공장이 있다지만 정상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일 것 같다. 그래서 금오롬은 좋은 조건을 가진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데 개발과 보존은 양면의 칼과 같아서 어디까지 개발하며 어디까지 보존할 것인가 경계를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지방은 관광으로 살아가야 할 입장이다-필자는 관광업과 무관하고 개발을 원하는 바도 아니다-문제는 국가의 지나친 통제나 개인의 무분별한 개발이나 그 어느 쪽도 일방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적정선은 다소 시간이 걸려도 가능한 양자가 어느 정도 만족하는 선에서 이뤄 져야 하리라. 또한 거기에는 행정기관, 지역, 각 분야의 전문인들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북쪽 입구에서 본 금오롬은 피라밋 모양이나 동쪽 애월읍 쪽에서 보면 마치 비바리 가슴 같은 두 봉우리가 봉긋하다. 그러나 정(물)오롬 정상에서 보는 금오롬 모습은 북쪽 높은 봉우리에서 동쪽으로 돌아가는 빗금진 포장도로까지 환하다. 금오롬 정상에 서면 중앙의 본화구(화구호) 깊이는 50여m 쯤 보이는데 오롬등성이는 풀발을 따라 돌아보는 사방의 경관은 장관이다. 정상은 큰 차이가 없으나 동서쪽은 다소 낮고 남북쪽으로는 다소 높은 언덕을 이룬다.

포장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서쪽 오롬에서는 보기 드문 비자나무 조림지가 보인다. 둘레 길에 조림한 소나무는 잘 자라나 한 바퀴를 돌아보니 가시덩굴, 잡초가 무성하고 전망마저 가려서 권하고 싶지 않다. 정상은 포제단과 진지동굴, 등성이는 자유롭게 풀 뜯는 말과 입구의 생이못, ᄆᆞ쉬(마소)물못, 등, 은 인문학적으로 제주의 역사와 전설, 일제의 고역과 4.3의 눈물, 제주의 말과 목장 등이 지금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인의 삶의 현장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한림의 대표적 오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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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다니엘 2021-01-17 19:53:25
유소년기에 고향 거막오름에 소풍갔던
시절이 그려집니다.
다양하고 유익한 내용 즐감입니다.

이성조 2021-01-16 11:08:23
오롬이야기 감사합니다 금오롬 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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